비행기 추락사고로 남아메리카 콜롬비아의 아마존 밀림에서 실종됐던 어린이 4명이 사고 발생 40일 만인 지난 9일(현지시각) 무사히 구조된 가운데 어린이들의 건강은 비교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맹수와 독사가 출몰하는 밀림에서 아이들이 살아남은 것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13살 첫째 누나가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0일 스페인 통신사 <이에프이>(EFE),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은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는 중앙군사병원 의사인 카를로스 린콘 아랑고 장군이 “아이들의 상태가 위험하지 않고, 회복하는데 2~3주 정도 걸린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이들은 영양 결핍은 있지만 약간의 피부 손상과, 벌레 물림 정도만 보인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비비시>는 아이들은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고, 두명의 아이는 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구조된 아이들은 레슬리 무쿠투이(13), 솔레이니 무쿠투이(9), 티엔 노리엘 로노케 무쿠투이(4),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 무쿠투이(1)다. 가장 어린 무쿠투이는 생후 11개월에 사고를 당했다가, 아마존 밀림에서 첫돌을 맞았다.
앞서 지난달 1일 콜롬비아 남부 아라라쿠아라에서 산호세델과비아레로 가던 소형 비행기가 아마존 밀림 상공에서 추락했다. 비행기에는 조종사 등 어른 3명과 어린이 4명이 타고 있었다. 추락 현장에서 아이들의 어머니를 비롯해 어른 3명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는데, 어린이 4명은 발견되지 않았다. 콜롬비아 정부는 헬리콥터, 탐지견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40일 동안 어떻게 생존했는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13살 큰 누나가 잘 대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들의 할머니인 파티마 발렌시아는 아이들이 구조된 후 언론에 4남매 중 맏이가 평소 어머니가 일할 때 3명의 동생을 돌봐왔고, 이것이 정글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아이가 동생들에게 카사바와 덤불에 있는 과일을 챙겨줬다. 아이들은 (밀림에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추락한 비행기 잔해에서 카사바 가루 등 남은 식량을 찾아 먹은 것으로 보인다. 또 콜롬비아 정부가 수색작업을 하며 음식 등 생필품이 들어 있는 생존키트를 공중에서 밀림 곳곳에 떨어뜨렸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에서는 남미 원주민 후이토토족 출신인 아이들이 그동안 부모로부터 아마존 밀림 환경에 대해 배워온 것도 생존에 도움이 됐을 거라고 보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10일 이반 벨라스케스 국방부 장관 등과 아이들이 있는 병원을 찾았다. 벨라스케스 장관은 큰누나 레슬리를 “영웅”이라고 부르며 “첫째 아이의 용기와 정글에 대한 지식이 이들을 살아남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고 <이에프이>는 전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