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 중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 중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은 동맹과 확장억제 강화가 주제였지만 미국 언론이 집중한 것은 전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행보였다. 특히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견제 동참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선거를 위해 한국에 피해를 주나”라는 질문까지 나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해명에 애를 먹어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머리 발언에서 “내가 취임한 이후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1천억달러(약 134조원)를 투자해 혁신을 추동하고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을 위해 새롭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개선도 자신이 오랫동안 매달려온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들은 다분히 전날 동영상으로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선언한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는 것으로 비쳤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받은 첫 질문은 도전적이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자는 “경제에 관한 당신의 최우선 관심은 중국과 경쟁하면서 국내 제조업을 강화하는 것이지만 중국에서 반도체칩 생산 확대를 막는 것은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기업들에게 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에 도움을 얻으려고 핵심 동맹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칩과 과학법’을 통해 미국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의 조건으로 10년간 중국 내 생산을 5% 이상 확대하지 못하도록 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압박을 받는 상황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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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 질문에 답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 그는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은 중국 때문이 아니다”라며, 한때 40%였으나 10%까지 떨어진 미국의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첨단 반도체는 중국의 핵무기 등에 이용될 수 있어 규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산업정책은 효과적이라고 길게 설명한 뒤 “그것은 미국 경제를 크게 성장시키는 것이며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것은 삼성이나 다른 산업을 통해 우리뿐 아니라 한국에도 일자리를 창출해준다. 나는 윈윈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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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관련한 날카로운 질문은 또 있었다. <에이비시>(ABC) 방송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80살) 문제를 꺼내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원들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70%가 재출마에 반대했는데 그들에게 뭐라고 하겠냐’고 물었다. 이는 <엔비시>(NBC) 방송이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말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가장 주된 반대 이유로 그의 나이를 꼽은 이들이 48%에 달했다. 민주당원들 중에서도 51%가 반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이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대신 자신의 업적을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같은 조사에서 ‘칩과 과학법’을 비롯해 우리가 해온 것에 긍정적인 평가가 58%에 달했다”며 “내 평생에 미국의 가능성이 지금처럼 낙관적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