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황우석 교수 파문으로 인하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대학은 하버드나 예일대학이 아니라 피츠버그대학이었고 올해 들어서는 슈퍼볼에서 스틸러스가 우승하고 한국계인 하인스 워드가 MVP 로 뽑히는 바람에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미국도시는 엘에이나 뉴욕이 아니라 피츠버그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얘기를 듣고 있다. 미국 온 이래 피츠버그에서만 8년째 살고 있는 필자로서는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보도된대로 지난 2월 7일 화요일날(미국동부시간) 예정된 11시를 넘겨 11시 30분쯤 피츠버그 스틸러스 슈퍼볼 우승 퍼레이드가 다운타운에서 있었는데 출근시간대부터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 들더니 실제 퍼레이드할 시간에는 환영인파로 인해 퍼레이드 도로가 완전 점령당한 꼴이 돼 버렸다.
내가 근무하는 하이마크 사무실 건물이 5th Avenue Place이다보니 평일날 진행되는 퍼레이드는 근무하다 구경을 하게 된다. 슈퍼볼 우승 퍼레이드가 아니더라도 재향군인의 날처럼 연중행사로 퍼레이드가 몇 번 있는데 주로 Mellon Arena(프로 아이스 하키팀 펭귄스 경기장)에 집합하여 5th Avenue, Liberty Avenue를 거쳐 Point State Park 에서 끝을 내곤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통이 통제된 차도에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각 고등학교 밴드들과 퍼레이드 주역들이 몇 개 섹션으로 나누어져 움직이고 구경꾼들은 인도에서 박수치고 환호하고 하는게 통상적인데 반해 이번에는 밴드의 역활이 많이 축소되었다. 이유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다보니 첨부 사진에서 보듯 퍼레이드 차도까지 인파로 넘쳐 났기 때문이다. 도로 뿐만 아니라 건물 옥상, 신호등, 나무가지 등 퍼레이드가 보일만한 곳은 어디건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더욱이 밴드의 연주나 율동은 고사하고 풋볼선수들이 탄 차량에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어 거의 통제불능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하인스 워드가 MVP 되면서 부상으로 받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군중들과의 마찰로 벌써 중고차가 다 되었을거라는 얘기까지 나 돌고 있다. 심지어 교통을 통제하고 행사를 매끄럽게 해야할 책임이 있는 시경찰까지도 통제를 포기하고 카메라로 사진찍기 바빴으니 무슨 말을 더하랴. 나중에는 몰려드는 군중들로 인해 선수들이 탄 차량 진행 속도가 워낙 느려 차는 버려두고 퍼레이드 마지막 지점 행사장까지 걸어서 가는 선수도 생겼다.
그러면 공휴일도 아닌 평일인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게된다.
한국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회사 일보다 학교 공부보다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우선이라는 의미이다. 퍼레이드 당일날 각 학군의 재량으로 임시 휴교한 학교가 꽤 되었고 휴교하지 않은 학교라 할지라도 학교에 가지 않고 퍼레이드 보러 온 학생이 상당히 많았다.
팀원 중에도 출근때 얘들과 같이 사무실로 올라 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 학군은 휴교 않기로 되어 있었지만 얘보다 아버지가 더 설쳐되며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역사적인 순간인데 학교 하루 안가는 게 뭔 대수냐?'는 논리를 펴며 학교는 결석하고 데리고 나온 경우였다. 당연히 아이는 부모의 허락하에 학교에 안가도 되니 좋아서 싱글벙글이고.
그리고 "Sorry Boss! Not Today! I Have Steelers Ferver!" 피켓을 들고 나온 사람처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아예 다운타운 거리로 출근한 사람도 엄청 많았다는 얘기이다. 사무실 직원중 많은 사람도 8층 창문으로 5th Avenue 나 Point State Park을 내려다보면 충분한데도 굳이 영하의 거리로 뛰쳐나가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었다.
한가지 재미 있는 사실은, 같은 스틸러스 선수지만 하인스 워드나 제롬 베티스, 빅벤처럼 스타 플레이어와 그렇지 못한 선수와 확연한 구별이다. 그저 그렇고 그런 선수들이 진행할때는 경찰의 통제를 잘 따르더니만 스타 선수들이 나오니 금방 떼를 지어 선수들이 탄 차량으로 몰려들고 알아서들 연호하고 뒤에 있는 사람들은 방방 뛰고 참 가관이었다.
슈퍼볼 우승이 대단한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열광할 줄이야...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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