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는 외부적 자극에 대한 신체 내부의 반응이다. 작은 자극은 생활을 활기 있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자극은 신체와 정신을 병들게 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2023년에 28.2%의 국민이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그런데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겪는 사람들이 있다. 성별 연령대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20대(40.0%)와 30대(39.3%) 여성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나이대의 남성은 24.5%와 31.5%로 여성보다 많이 낮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남녀 모두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 젊은 여성이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는 것은 그들이 스트레스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상황을 스트레스로 해석하는 민감도가 높기 때문일 수도 있다. 통계청에서 시행하는 2024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가정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가 남자 38.9%, 여자 51.4%로 여자가 월등하게 많이 느꼈다. 여성은 돌봄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간 지속되는 돌봄의 부담이 과중한 점이나, 단순 반복적인 가사일 등은 장기적으로 누적적인 부담을 요구한다. 일회적 사건은 시간 경과에 따라 영향이 감소해 소멸된다. 그러나 장기적 스트레스는 신체 질환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등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

여성은 또한 타인과의 관계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이른바 ‘페이스북 스트레스’도 생겼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올려서 연결된 사람들과의 소통과 응답 또는 칭찬을 계속해서 얻어내야 하는 것은 크나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만일 이것을 게을리하면 그 연결망에서 소외된다. 타인과의 유대를 중시하는 여성들의 성향은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더 크게 받게 만들 수 있다.
스트레스가 있어도 대응 방식과 극복 역량에 따라 충격은 완화될 수 있다. 스트레스도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분포한다. 소득수준별 스트레스 인지율 분포를 보면 여성의 경우 하층 34.3%, 중간층 31%, 상층 29.8%로 하층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육아와 가사를 대신해줄 인력을 고용할 수도 있으므로 스트레스 극복도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여성은 남성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고 자원도 부족하기 때문에 대응 역량이 제한될 수 있다. 더욱이 여성은 스트레스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문제 중심 접근이 아니라 정서적 대응에 주력한다고 한다. 스트레스 원인이 되는 사건이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스트레스 부담에서 벗어나는 식이다. 정서적 도움을 찾고 종교에 의지하려는 것도 여성에게서 많이 보이는 대응 방식이다.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남성은 문제의 원인을 외부적인 요인에서 찾는데 여성은 내부적으로 지향한다. 여성에게서 우울증 같은 기분장애가 많은 것은 아마도 이런 성향과 관련성이 있을 듯하다.
젊은 여성에게 스트레스가 더 많다면 단순히 스트레스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여성적으로 경험하는 상황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대응 자원이 부족하고 사회적으로는 외면받거나 도움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