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 데이’ 아시나요
“이렇게 클릭하면 아바타가 입은 치마가 바지로 변합니다.”
누리엔소프트웨어 김태훈 대표가 지난 27일 새 서비스를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를 듣는 사람들은 투자자나 기자가 아니다. 유명 블로그를 쓰는 ‘파워 블로거’와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들이다. 이들은 편안한 복장에 가슴에 자신의 별명이나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붙인 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열린 데모 데이(demo day) 행사에는 창업한 지 1년 안팎의 두 회사가 자신의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였다.
■ 창업자를 위한 공간 데모 데이는 정보기술 전문 블로거 7명이 만든 팀블로그 ‘스마트플레이스’(www.smartplace.kr)가 주최한다. 애초 특정한 주제 없이 많은 블로거들이 자유롭게 모여 논의하는 ‘난상토론회’로 시작해 지난 7월부터 데모 데이로 이름을 바꿔 갓 창업한 회사가 자신의 서비스를 발표할 수 있는 자리로 탈바꿈했다.
스마트플레이스를 만든 블로거 중 한 사람인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모임을 진행하다 생산적인 것을 해보자는 취지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지난 7월에 열린 행사에는 다섯 업체가 새 서비스를 소개하거나 창업 아이디어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벤처 창업이 되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자신들을 알릴 기회가 없는 형편”이라며 “갓 생겨난 업체를 알려 이들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공짜 홍보에 조언까지 서비스를 발표한 업체들도 만족감을 표시한다. 새 동영상 검색 기술을 선보인 엔써즈의 김길연 대표는 “행사 이후 블로거들이 댓글은 물론 자신의 블로그에 많은 정보를 올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대표도 “참석자들이 기술적인 이해도가 높아 홍보 측면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때마다 기회가 된다면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발표 뒤 각 서비스에 관심 있는 참석자들과 함께 그룹별 토론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기술의 성공 여부, 기술적 보완점 등 전문적인 부분까지 논의를 했다. 특히 파워블로거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엘지전자, 에스케이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 관계자들까지 참석해 서비스의 시장 진출 가능성까지 내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김길연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블로거와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동영상 검색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며 “향후 3~5년 안에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확신을 얻은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플레이스는 앞으로도 분기별로 갓 태어난 회사의 서비스를 소개할 계획이다. 류한석 소장은 “참여를 원하는 업체는 스마트플레이스에 댓글을 남겨 신청하면 된다”며 “국내에는 이런 기회가 거의 없는 형편인데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벤처산업협회도 중소·벤처기업에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달 대기업 구매담당자를 초청해 중소기업과 연결해 주고 있으며, 쇼케이스를 열어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담당자에게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꾸리고 있다. 신청은 누리집(venture.or.kr)을 통해서 할 수 있다.
글·사진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