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최순실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증시의 선물시장에서 대량 순매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일(현지시각) 12월 금리인상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주면서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후보자 등 일부 개각 명단을 발표한 지난 2일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1만계약 가까이 순매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이 최씨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에는 무려 1만2864계약을 팔아치웠다. 금액 기준으로 1조6465억원에 이른다. 박 대통령의 사과 표명이 녹화방송으로 공개된 시점이 선물시장 거래가 종료(오후 3시45분)된 오후 4시여서 다음날에서야 악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후 외국인이 선물을 1만계약 이상 순매도한 사례는 이번을 포함해 4차례에 불과하다. 외국인은 3일에도 5747계약의 순매도를 이어간 데 더해,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2055억원을 팔아 현물시장에서도 자금 유출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국내 정치적 이슈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다고 판단해 선물을 매도하면서 서서히 발을 빼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비관적으로 바뀌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외국인의 선물매도는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으로, 시장에 대한 이들의 시각을 명확히 드러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면서 “2일 개각 발표 뒤에도 지수가 하락하고 선물 매도가 늘었다는 점에서 정국 혼란과 관련해 외국인들은 장기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창규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도 “하필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진 시기에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매도가 감행됐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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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은 2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있고 고용률을 비롯한 각종 지표가 좋아지고 있다며 12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비교적 강한 신호를 보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를 통해 “0.25~0.5%인 기준금리를 현 상태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7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계속해서’ 강화됐다”고 밝혀 금리인상이 가까워졌음을 시사했다. 물가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이 올해 초 이후 다소 올랐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하고 “중기적으로 2%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는 표현만 남겨둬서, 물가상승률 목표치 2%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더 강하게 내비쳤다. 다만 연준은 “금리를 올리기 전…‘다소간’ 추가적 증거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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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연준이 미 대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금리인상에 부담을 느껴 동결을 선택했지만, 12월 금리인상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줬다고 해석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경제가 동력을 쌓고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한광덕 유선희 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