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부자증세 논쟁이 자본이득 과세 방안으로 번지자 증권업계는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학계는 시장 안정화와 공평 과세를 위해 주식 양도차익 과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임해규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은 상장주식 양도세 대상을 ‘대주주’에서 ‘주식부자’로 넓히는 법 개정안을 준비중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전면 과세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지금은 상장주식 지분 3%나 시가총액 100억원(코스닥은 5% 또는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 한해 기업 규모와 보유기간에 따라 10~30%의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주식 양도차익에 비과세하는 나라는 6곳 정도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위스는 상장·비상장 주식에 대해 모두 비과세하며, 그리스와 멕시코는 우리처럼 상장 주식에만 비과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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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는 양도세가 도입되면 외국인들이 대거 이탈해 가뜩이나 취약해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주식 양도세 도입 직후 증시가 폭락했던 대만의 사례를 든다. 대만은 1988년 10월 주식 양도차익 과세 도입을 발표한 직후 한달 동안 주가가 30% 넘게 추락했다. 투자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시행 1년 만에 과세를 철회했다. 하지만 대만의 양도세 도입이 실패한 것은 제도 자체보다는 미숙한 운영 탓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최고세율 50%의 종합과세를 적용한데다 사전홍보 없이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초기에 과세 대상을 대량 거래로 한정한 뒤 범위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갔고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한 세제 우대를 병행했다. 그 결과 증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1989년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시장 건전화를 위해서도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지적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과 개인의 과도한 단기투자로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강종만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업계는 대만 증시 사례만 부각시켜 20년간 주식 양도세를 반대해왔다”며 “1년 이내의 단기매매에 한해 양도세를 부과하면 우리 시장이 한단계 성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수 확보 목적보다는 부의 불균형을 줄이는 형평 과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경제학부) 교수는 “과표 기준액을 올리되 적용 세율을 높이면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부자증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