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다. 최근의 경험은 이전 경험보다 사람의 행동에 더 강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근 경험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가장 최근에 경험한 주가 반전 사례는 코로나 발생 때다. 주가가 바닥에 도달한 후 급등을 시작해 석 달 만에 하락 전 수준을 회복했다. 당시 경험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번에도 주가가 바닥을 찍으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직후 주가 반전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다. 저금리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의해 벌어진 특수한 경우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모습이 재현되기 힘들다. 그러려면 금리를 다시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는 가능성 없는 일이다. 앞으로 주가 움직임은 반등과 재하락을 통해 바닥을 다진 후 천천히 상승하는 일반적인 회복 형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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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세 번의 유사 사례가 있었다. 먼저 2000년이다. 미국 아이티(IT) 버블 붕괴로 시작된 주가 하락이 500 부근에서 멈췄다. 당시 하락은 6개월에 50%가 떨어질 정도로 빠르고 강하게 진행됐다. 하락이 멈춘 후 주가는 1년간 500과 630을 오가는 박스권에 머물렀고, 그사이 나스닥 지수가 50% 더 떨어지는 일이 벌어져도 우리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위기 발생과 함께 코스피가 900까지 떨어진 후 5개월간 20% 폭 내에서 오르락내리락만 반복했다. 금융위기 발생 후는 주가 회복이 다른 어떤 때보다 빨랐지만, 중간에 휴지기를 가지는 형태는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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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경기 둔화로 주가가 떨어진 경우다. 2600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주가는 10개월 만에 2000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 둔화와 이익 감소가 원인이었다. 이후 움직임은 앞의 두 사례와 비슷하다. 1년 가까이 2000을 중심으로 상하 10% 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리한 국면이 이어졌다.

코스피가 2300까지 내렸다. 2020년 유동성 장세가 2200대에서 시작됐음을 고려하면, 이번 하락으로 2년간 돈의 힘에 의해 올랐던 부분이 모두 사라진 셈이 된다. 지난 10년간 코스피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주가가 오랜 시간 지켜졌다는 걸 감안하면 2300대가 우리 경제에 맞는 주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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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주식시장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상단은 2600, 하단은 2300이 될 걸로 전망된다.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등 변화가 예상되지만 주가 흐름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6월 하락 때 악재의 상당 부분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상승 초기에는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는 기업을 찾기 때문인데, 주가도 높지 않아 부담이 없다. 대형주 상승이 끝나면 그 다음은 중소형 테마주로 매수가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비교적 오랜 시간 시장을 끌고 갈 것이다. 지수가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는 중소형주 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