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하우징-수락 전경. 유니버설하우징 누리집 갈무리
유니버설하우징-수락 전경. 유니버설하우징 누리집 갈무리

울긋불긋한 단풍이 물든 수락산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 서울 노원구 상계동 1002-1번지 일대. 서울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에서 도보 8~9분 거리인 이곳에 최근 친근감 있고 멋진 외관을 지닌 공동주택 한 동이 들어서 동네 주민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출자한 서울투자운용(부동산자산운용사)이 토지를 빌려주고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이 건물을 지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수락’이다. 지난 9일 오픈하우스 행사를 열고 내부를 공개했다.

입주자 편의 높인 유니버설디자인 눈길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수락은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전용면적 30~53㎡ 33세대로 이뤄졌다. 지난 2019년 에스에이치 공모를 통해 사업자로 선정된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이 시행자로, 지난해 3월 착공 후 1년6개월만에 준공했다. 유니버설하우징이 매수협의한 상계동 토지 825㎡를 공공리츠가 38억2천만원에 매입한 뒤 30년 임대방식으로 제공하고 유니버설하우징은 그 땅에 지은 주택을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에게 주변 시세의 80% 이하 수준 임대료로 공급한다. 임대가격은 주택형에 따라 보증금 1억1천만~2억700만원, 월임대료는 31만2천~58만7천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입주자는 최장 10년까지 거주 가능하며, 계약 갱신 때는 임대료 인상률 5%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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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수락에는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의 설계·디자인 철학인 ‘유니버설 디자인’이 곳곳에 적용됐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공간이나 사물 등을 연령, 성별, 능력과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가 최대한 사용하기 편리하게 설계한다는 개념이다. 장애인, 고령자 등 주거약자를 위해 현관, 욕실, 주방, 베란다 등의 공간을 넓히고 휠체어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공간 사이 단차를 낮추는 방식도 포함된다. 실제 장애인·고령자를 위한 305호(전용 24.55㎡)에는 넓은 현관, 휠체어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슬라이딩 도어 욕실 문, 욕실내 접이식 샤워의자 등이 눈에 띄었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 1~2인 가구에 최적화된 방 1개짜리 스튜디오형(601호 등)은 세탁기·냉장고 등이 빌트인으로 설치돼 공간활용도가 높았다. 건물 진입부, 엘리베이터, 복도, 주차장 뿐만 아니라 세대 내부까지 건물 전체가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장애인 등이 불편함없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소셜믹스’(세대·계층이 섞인 공동주택)를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건물 지하 1층에는 입주민들이 모여 파티룸이나 회의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룸도 마련됐다.

이 주택에 입주하려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살 이상 무주택자로서 소득, 자산, 자동차가액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소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월평균소득의 120% 이하 기준이 적용돼, 1인 가구는 월소득 402만4천원, 2인 가구는 600만6천원, 3인 가구는 806만1천원 이하라야 한다. 자산은 미혼 청년이 2억9900만원 이하, 신혼부부·고령자·일반 1인 가구 등은 3억6100만원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보유 자동차가액은 공통적으로 3683만원 이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유니버설하우징 누리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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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하우징 누리집 갈무리
유니버설하우징 누리집 갈무리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공급 중단 왜?

지난 2016년부터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에 뛰어든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은 2020년 준공된 수유동을 시작으로 다음달 준공예정인 장안동(42가구)까지 모두 6곳, 168가구에 이르는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를 공급했다. 현재까지 공급된 서울시내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총 1083가구로, 유니버설하우징이 전체의 16%를 공급한 셈이다. 그러나 장안동 이후 더이상 진행하는 신규 사업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사회주택 사업에 등을 돌린데 따른 여파로, 지난해부터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 공모가 중단됐다.

여기에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저렴한 임대료로 주거약자에게 공급하기가 까다로워진 제도적 환경이 조성된 탓도 있다. 협동조합 등 사업자가 공공으로부터 토지를 빌려 주택을 짓고 임대하려면 땅값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 성격의 예치금이 필요한데, 지난해부터는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임대사업자의 전세보증금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이중의 부담이 발생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범재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대표는 “공동주택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려면 건축비가 10% 이상 더 드는데다, 최근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까지 겹치다보니 시세보다 저렴한 사회주택을 공급하기가 더 어려워진 현실”이라며 “공동주택을 지을 때 일정 비율은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법률과 제도로 사회주택과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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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아파트의 경우 공용공간에 입주자 편의를 고려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이 조금씩 확대되는 추세지만, 건축비 문제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은 다세대·연립·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쪽은 사회주택 공급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소신이다.

한편 사단법인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이달 25일 ‘제5회 사회주택의 날’을 맞아 국내 사회주택의 다채로운 커뮤니티를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입주자 축제 행사를 열 예정이다.

유니버설하우징 누리집 갈무리
유니버설하우징 누리집 갈무리

글·사진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