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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재계

묵은 미결 과제에 새 숙제 덧붙은 ‘삼성 지배구조’

등록 :2021-05-06 04:59수정 :2021-05-06 08:04

이재용 부회장 삼성생명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보유와 함께 논란거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겨레> 자료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확인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분할 내용에서 눈길을 집중시킨 대목은 삼성생명과 얽힌 지점이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 지분의 상속은 법정 비율대로 이뤄진 반면, 삼성생명 주식(20.76%)은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절반, 나머지 절반은 2대 1 비율로 장녀(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와 차녀(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게 넘긴 것으로 공시됐다. 이는 삼성 지배구조에 새로운 숙제 하나를 덧붙이고 있다.

재산 분할 결과 삼성생명 최대주주는 개인 이건희 회장에서 법인 삼성물산(지분율 19.34%)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 처지에 짐을 추가로 지우는 요인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대주주 중 최다 출자자 1인을 대주주 적격 심사 대상으로 정하게 돼 있다. 최다 출자자 1인이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최대주주 중 최다 출자자 1인을 대상으로 삼는다. 삼성생명의 최다 출자자는 삼성물산이며, 삼성물산의 최다 출자자는 이재용 부회장(지분율 18.13%, 보통주 기준)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2년 주기로 이뤄지며 특정 법령(금융관계법령,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금고 1년 이상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각종 시정 조치를 받게 된다. 최대 5년 동안 10% 넘는 지분의 의결권도 제한될 수 있다. 현행 지분율에 견줘 의결권 제한의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하지만, 대주주 결격은 지배구조의 정당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정농단 사건의 죄목은 여기서 벗어나 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횡령 등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정한 법령 위반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재판 중인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안은 이 법에 연결돼 있다. 이 부회장은 금융관계 법령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한 합병을 지시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등 위법 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삼성 쪽에서 이런 법적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음에도 생명 지분의 상당부분을 이부진 사장 등에 몰아주지 않고 이 부회장에게 상속 주식의 절반을 넘긴 것은 삼성생명이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 막 재판에 돌입한 불법 경영권 의혹 사건에서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시일을 많이 남겨두고 있다는 사정과 함께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법적 시효를 들어 다툴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했음 직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정을 담고 있는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뒤인 2016년 8월에 시행됐다. 이 부회장 쪽에서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서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대주주 적격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 수 있는 실마리이다.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예로 볼 때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이호진 전 회장에게 고려저축은행 지분(30.5%)을 매각해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이 지난 2019년 6월 이 전 회장에 대해 횡령, 업무상 배임 혐의에 징역 3년을,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확정한 데 따른 조처였다. 저축은행법은 조세범처벌법상 벌금형 이상 선고 때 대주주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 훨씬 이전인 2011년 1월에 기소됐던 터였다. 전 교수는 “이 전 회장의 탈세 행위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 이전에 발생했지만, 지배구조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 사건의 대법원 판례는 이 부회장의 대주주 결격 판정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는 설명이다.

상속 절차 마무리 이전부터 불거져 있던 묵은 과제가 여기에 맞물려 있다. 삼성 지배구조는 금산분리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 문제를 풀려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용진·이용우 의원 주도로 지난해 6월 발의됐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현행 감독 규정에 따른 ‘취득원가’ 기준으로는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나 ‘시가’ 기준을 적용받으면 크게 벗어난다.

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시가 기준 총자산의 3% 이하로 줄여야 한다. 삼성생명 보유 전자 지분은 8.51% 수준이라 논란거리로 부각돼 있다. 앞서 여러 차례 이뤄진 시도에도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는 불발에 그쳐 국회 통과 여부나 시기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산분리 원칙’ 위배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삼성물산으로 바뀐 것을 금산분리 원칙에서 보자면 ‘이중의 문제’를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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