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제공
지난 2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제공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도크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 화물창에는 조선업 하청노동자 7명이 지난 21일부터 자리를 지키며 농성을 하고 있다. 28일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벌써 27일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은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 크기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자신을 스스로 가뒀다. 나머지 6명은 10m 높이의 난간에 올랐다.

28일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에 대한 <한겨레> 질문에 한결같이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하청지회가 진수를 앞둔 선박을 점거하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여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화물창 안으로 들어간 7명을 쉽게 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강제력을 동원해 조처를 하려 한다면 원청 관리자든 하청 조합원이든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할 거다.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하청지회가 내세운 파업의 근거는 열악한 처우 개선이다. 김형수 하청지회장은 “경력이 20년이 넘는 숙련 하청노동자들까지도 고된 업무에도 월 300만원 미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력 15년차 직원의 원천징수를 떼어보니 2014년 4974만원을 받았는데, 2021년에는 3429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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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소속 하청노동자들이 점거한 화물창 내부 모습. 빨간 원 안에 유최한 부지회장이 스스로 만든 구조물에 갇혀있고, 나머지 6명은 10m 높이의 가운데 선반에 자리잡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제공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소속 하청노동자들이 점거한 화물창 내부 모습. 빨간 원 안에 유최한 부지회장이 스스로 만든 구조물에 갇혀있고, 나머지 6명은 10m 높이의 가운데 선반에 자리잡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제공

하청 노동자는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지탱하는 주요 인력이다. 하지만 2015년 말 13만3346명에 달했던 조선업 하청 인력은 2022년 2월 기준 5만1854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16∼17년 구조조정 때 하청 숙련공들이 대거 조선소를 떠났다. 지난해 조선업계가 대규모로 수주한 선박 물량이 이르면 하반기부터 건조에 들어가는데, 떠난 하청 숙련공들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업무 강도가 낮고 월급이 더 많은 육지 건설업종에 자리잡아서다.

하청지회는 파업권을 얻어냈지만, 그동안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강 지회장은 “조선업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파업권을 획득한 뒤에도 쟁의 없이 1년간 대화를 이어갔으나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하청지회가 파업권을 획득했다고 확인해줬다. 경남지노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섭 횟수가 적었지만 더 교섭을 진행한다 해도 진전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 조정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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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안에서 파업을 벌이던 하청지회는 지난 21일 도크에서 건조 중인 유조선 화물창에 들어갔다. 회사 쪽 인력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강 지회장은 “처음엔 조선소 내에 투쟁 거점을 마련했는데, 회사 쪽 직원들이 폭력적으로 나왔다. 한 여성 노동자는 요추뼈 골절을 당했다”며 “폭력을 유도해 공권력을 투입할 명분을 쌓으려 한 것이다. 화물창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선박을 점거하면서 지난 18일 진수될 예정이었던 초대형 유조선은 향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게 됐다. 제1도크에는 완성된 유조선 2척과 반쪽짜리 유조선 2척이 들어간다. 도크에 물을 채우면 4척이 모두 떠오르고, 완성된 유조선이 바다로 나간다. 이들의 점거 농성으로 도크에 바닷물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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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우조선해양 제1도크에서 초대형 원유 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현재 제1도크도 같은 방식으로 선박이 들어차 있다. 하청지회 소속 하청노동자들은 왼쪽 반토막짜리 선박의 왼쪽 첫번째 화물창을 점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2019년 대우조선해양 제1도크에서 초대형 원유 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현재 제1도크도 같은 방식으로 선박이 들어차 있다. 하청지회 소속 하청노동자들은 왼쪽 반토막짜리 선박의 왼쪽 첫번째 화물창을 점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회사 쪽은 하청대금을 올려줄 상황이 못된다는 입장이다. 선박 진수가 지연되면서 되레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항변한다. 대우조선해양 쪽은 “아직 부채비율이 500%에 달한다. 수주를 많이 한 건 사실이지만,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임금을 올려주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그간 파업 시 선박을 점거해도 진수할 때는 다시 밖으로 나와줬다.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회사가 지회의 단체행동에 반응해 임금을 올려주면 앞으로 이러한 쟁의 행위가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사쪽 분위기를 전했다. 하청지회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선박 점거를 풀겠다고 맞서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산업은행이 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풀어내기엔 이미 사태가 너무 커졌다는 시각이다.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출신인 백순환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은 “어차피 선박을 건조하려면 (하청 노동자가 부족해서) 하청 단가를 인상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경영진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