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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IT

“마스크였기에 망정이지, 물이나 식량이면 어쩔 뻔했나”

등록 :2020-04-15 05:59수정 :2020-04-15 06:35

김영배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구현모 KT 신임 대표

코로나 사태에 투명하고 체계적인 대응은 ICT 기반 덕분
의료뿐 아니라 다른 재난도 효율적 통제체계 빨리 마련해야
국내 AI 경쟁력 미·중에 3~5년 뒤떨어져 종속될 수 있어
과기부와 공동으로 ‘포스트 코로나 AI 챌린지’ 준비 중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KT 되려면 우리 내부가 당당해야
다른 산업, 다른 기업 혁신 돕는 게 통신업계 맏형의 역할
“우리 정부가 잘 대처해왔고 다른 나라들의 평가도 그렇다. 그 기반이 아이시티(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이었다고 본다.”

구현모(56) 신임 케이티(KT) 대표는 10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호평하면서 “앞으로 정부와 아이시티 업계가 물자 배급과 이동 통제, 위기관리 시스템 정비를 위해 같이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에서 전임 황창규 대표에게서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는 통신업계 맏형 격인 케이티의 역할로 “다른 산업, 다른 기업의 혁신을 이끄는 것”을 꼽고 “에이아이(AI·인공지능), 빅데이터, 아이오티(IoT·사물인터넷)에 필요한 경험이나 기술, 인력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혁신을 돕고 거기서 우리의 사업 기회를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 때도 화제는 단연 코로나19였다. 구 대표는 광화문 케이티 새 사옥 24층 접견실의 유리문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경복궁 쪽을 가리키면서 “관광 산업의 현실이 보인다”고 말했다. 경복궁 마당은 텅 비어 있다시피 할 정도로 관광객이 적었다. 코로나19 탓이었다. “평소였다면 (금요일 오전 10시쯤) 경복궁은 사람들로 북적였을 것”이라고 했다.

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자세를 잡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자세를 잡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코로나 사태의 영향권에서 케이티나 통신업계도 예외 지대가 아닐 것 같다. 통신업계에도 위기 요인인가?

“경제 전체의 흐름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당장 글로벌 로밍 매출이 2월에 30억, 3월에는 80억원 가까이 줄었다. 외국으로 관광객이 안 나가니까. 국내 기업들이 하반기에 더 위축될 테고 비투비(B2B·기업 대 기업) 분야도 영향을 받게 된다. ‘언택트(비대면, 비접촉) 이코노미’ 확산 과정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구 대표는 “코로나 사태에 정부가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잘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진단업체, 마스크 제조 공장이 국내에 있었다. 의료용품 생산 공장, 의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아이시티 기업들도 잘 준비돼 있었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효율적 대처가 가능했다. 이런 경험들을 종합 정리해 다른 나라들에 전파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관련 투자의 확대 필요성도 제기했다.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앞으로 계속 생길 것이라고 하니, 체계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의료뿐 아니라 다른 상황, 다른 재난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물자를 배급할 수 있는 체계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 변화에 맞서기 위해 좀 더 투자해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 투자가 중요하다. 장치, 설비 투자가 아니라 인력, 경험, 인공지능 이런 것에 눈을 돌려야 한다.”

―관련 투자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코로나 이후 대응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프로그램(‘포스트 코로나 AI 챌린지’)을 마련했다.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각계에서 솔루션(해법)과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 집적이 잘돼 있는 편인가?

“데이터3법 이전에는 개인정보를 쓰지 못했는데 이젠 가명 처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케이티에 빅데이터 조직을 만들어 유동인구, 통신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관광 등 응용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 악몽’이 케이티 같은 통신업계엔 호재일 수도 있겠다.

“호재가 아니라 숙제다. 소상인 지원, 대출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생겼는데 전통적인 방식으로 심사할 게 아니라 통신 데이터, 빅데이터로 자동 심사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은행을 오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처리한다든가, 번호표를 나눠주지 않고, 큐아르(QR)코드를 활용해 몇시부터 몇시 사이에 와서 상담받으라는 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구 대표는 “국가 위기관리 체계에도 정보통신기술을 넣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 또 이런 상황이 올지 모르는데,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마스크 배분을 놓고 초기에 혼란을 겪었다. 그걸 해결한 게, 정부가 미리 깔아놓은 ‘투약중복 방지 시스템’이었다. 여기에도 정보기술의 힘이 들어 있다. 더 나아가야 한다. 마스크 배급을 해결한 것은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약국에 관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고, 작고 가벼운 물건을 다루는 사안이었다. 마스크였기에 망정이지 물이나 식량이면 어쩔 뻔했나. 훨씬 심각했을 것이다. 정부와 아이시티 업계가 물자 배급과 이동 통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같이 더 고민해야 한다.”

―국내 통신업계가 작년 4월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 첫 사례라고 떠들썩했던 것에 비해선 실제 얼마나 활용되는지 의문이다.

“어느 정도 예상한 흐름이다. 3세대(3G) 서비스 나왔을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음성통화면 됐지, 사진 전송이나 영상통화 같은 게 왜 필요하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폰뱅킹이나 사진 전송, 간단한 게임을 하게 되면서 무선 데이터 서비스가 점점 커졌다. 그 기반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이 속속 만들어졌다. 엘티이(LTE·4세대 서비스) 도입 때는 수요가 먼저 축적되고, 망 공급이 뒤따라왔다. 지금은 다시 3세대 서비스 개시 때처럼 공급이 앞서가고 수요가 따라오는 국면이다. 이 또한 시간문제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적용한 케이티(KT)의 ‘스마트팩토리’ 시연 장면. 스마트팩토리는 공장 재해를 줄이고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lt;한겨레&gt; 자료사진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적용한 케이티(KT)의 ‘스마트팩토리’ 시연 장면. 스마트팩토리는 공장 재해를 줄이고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구 대표는 “5세대 서비스 가입자가 작년 500만, 올해는 1천만에 이르고 이런저런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그에 맞는 앱이 나오면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했다. “5세대 서비스는 기업에도 유용하다. 5세대 서비스의 유용성이 2~3년 안에 증명될 거다.”

―유용성을 인정하더라도 기업들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먼저 하는 게 맞는 순서 아니었는가?

“그렇게 되면 비투비(B2B)망으로만 끝날 것이다. 비투시(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의 기회가 생길 수 없다. 비투시를 먼저 해놓고 사람(가입자)이 늘면 뭔가 생길 거라고 본 것이다.”

―5세대 서비스 개시 당시 정부 닦달에 못 이겨 마지못해 나선 것이란 얘기도 있었는데.

“세계에서 제일 먼저 준비했다. 정부뿐 아니라 사업자들도 세계 최초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미국에서 먼저 개시한다는 얘기가 나와 서둘렀던 것이다. 간발의 차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놓치는 것은 사업자들에도 바람직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의 화두로 떠올라 있는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흐름에서 케이티의 입지는 어떤가?

“제가 시이오가 된 뒤 할 일 중 하나로 다른 산업,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주는 것을 꼽고 있다. 우리 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더 높이고 국내 기업들이 앞서나가도록 하려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오티와 접목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경험이나 기술, 인력이 없는 기업들이 많다. 그런 기업들의 혁신을 돕고, 거기서 우리(케이티)는 사업 기회를 갖고자 한다. 케이티가 그런 분야에선 다른 기업들보다 앞서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어떤 게 있나?

“에이아이 스피커 서비스다. 이를 개시한 나라는 미국과 한국뿐이다. 미국에선 구글과 아마존에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미국과 달리 통신 사업자들이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케이티가 제일 먼저 시작했다. 케이티의 아이피티브이(‘올레’티브이) 가입자 700만~800만명 가운데 230만명 정도가 에이아이 셋톱박스를 설치해 이용하고 있다. 에이아이 고객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구 대표는 에이아이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하다 보니 관련 기술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콜센터의 음성 인증이다. “고객이 전화를 걸면 별도 절차 없이 음성인식으로 누군지 인증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상담 시간이 줄어든다. 보험사 콜센터에 에이아이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 혁신에 기여하고 있는 예도 있다. 이런 식으로 다른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미국, 중국에 비하면 국내 에이아이 경쟁력이 3~5년가량 뒤떨어져 있다는 게 구 대표의 진단이다.

“중국도 엄청나게 앞서 있다. 인구가 많고 데이터가 많다. 그 기반으로 에이아이 기술을 확 발전시켰다. 미국은 원래 엔지니어, 에이아이 알고리즘에서 뛰어나다. 에이아이의 파괴력이 크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자칫 에이아이 분야에서 미국이나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당사자들 간 협업이 필요하다고 구 대표는 강조했다.

“지난 2월 이를 위한 ‘원팀’을 만들었다. 케이티, 에트리(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양대, 현대중공업,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각자 기술이나 데이터를 내놓고 원하는 걸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 코로나 탓에 대면접촉은 못 하고 화상으로 만나 진전시키는 중이다.”

―온라인 취임식 때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강조했다. 거꾸로 외풍에 많이 흔들렸다는 얘기로 들린다.

“크고 영향력 있는 기업이라 케이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뒀고, 그러다 보니 내부 직원들이 바깥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아닌가 싶다. 본업에 신경 써야 하는데, 밖에 신경을 많이 기울였다.”

그는 이번 대표 선임은 투명하고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이뤄져 본업에 집중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우리 내부가 당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준법경영을 강화했다. 또 아이티 생태계를 육성하고 상생을 제대로 해내는 일도 중요하다.”

―준법경영 강화를 어떻게 했다는 것인가?

“준법감시위원회의 체계와 인적 구성을 바꿨다. 회사 내부 조직에서 떼내어 감사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하고, 검사장 출신의 외부 인사가 위원장을 맡도록 했다.”

―코로나 사태로 고용난이 심해졌다. 올해 신입 직원을 채용하는가?

“그렇다. 방식은 바꿨다. 올해부터 수시채용 형태로 전환했다. 사업부서별 수요를 봐서 뽑을 계획이다. 대개 한해에 300~400명가량 뽑았다. 올해는 그 정도이거나 조금 적을 것 같다.”

―코로나 파장으로 통신사도 긴축경영에 돌입했고, 이 때문에 공사나 자재 납품을 담당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협력사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지난 3월부터 대금 정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상생협력펀드를 활용해 대출이자 감면을 시행 중이다. 또 전국 유통망 1400여곳 대리점에 유동자금 확보용 정책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휴대폰 매입 대금의 결제 기한 연장도 해주고 있다.”

―케이티는 그간 낙하산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사회나 노조가 제 역할을 못 한 게 원인의 하나 아니었는가?

“원칙을 세워야 한다. 시이오를 뽑는 과정에서 그간 주주, 직원들 목소리를 잘 반영하지 못했다. 이사회의 독립성, 투명성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그게 잘 작동됐다고 본다.”

―정부, 정권의 성격에 따라선 언제든지 낙하산 인사가 투입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 아닌가?

“제가 성공적으로 (경영을) 잘해내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kimyb@hani.co.kr

재벌 벤치마킹한 ‘회장’ 버리고 ‘사장’ 선택

구현모 대표는 누구

구현모 신임 케이티(KT)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박사 출신으로 1987년 케이티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34년 동안 근무한 정통 케이티맨이다. 경영지원 총괄, 경영기획부문장,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거쳤다. 케이티 내부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는 남중수 대표 이후 12년 만이다.

구 대표 취임과 함께 케이티의 최고경영자는 ‘회장’에서 ‘사장’으로 ‘격하’됐다. 회장 체제에서 사장 체제로 바꾼 것은 이사회의 뜻이었고, 구 대표의 생각이기도 했다고 한다. “2002년 민영화 때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출발했던 것을 2009년 외부 출신 시이오가 오면서 정관을 변경해 회장제를 만들었다. 오너(사주) 있는 재벌 기업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구 대표는 “회장제는 1인 중심이라 케이티 체제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구 대표는 2014년부터 2년 가까이 전임 황창규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내부 출신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대목이다. 전임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도 부담이다. 구 대표는 최고경영자 후보 면접 당시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드러나는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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