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메신저’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이용자들의 통화내역(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이용 내역)을 몰래 수집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포괄 동의 체제 탓이었으며, 이는 ‘카카오톡’과 ‘라인’ 등 이용자 주소록 기반의 다른 메신저 앱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스마트폰에 담긴 다른 개인정보도 포괄적 동의를 받아 빼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통화내역에 접근했거나 수집했다는 것은 언제 누구와 통화를 했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노출됐다는 뜻이다. 특히 사전에 명확하게 알리고 명시적인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내역을 수집한 경우 통신비밀과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한다.
이용자 통신비밀 침해 의혹의 핵심은 사전에 명확한 공지와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느냐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4.0에 대한 기술 지원을 종료한 지난해 10월까지는 연락처와 통화내역을 묶어 포괄적인 동의를 받는 게 기술적으로 허용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4.0판까지는 주소록 공유에 대한 동의로 통화내역까지 수집할 수 있었다. 이후 버전부터는 연락처와 통화내역에 대한 동의를 따로 받도록 개선됐는데, 일부 메신저 앱은 4.0판에 대한 기술 지원이 종료되기까지 이전 동의 방식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운영체제는 이전 버전을 기반으로 개발된 앱들과 호환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앱이 이전 동의 방식을 유지하면 이용자의 통화내역 노출 상황은 계속된다.
반면 애플의 ‘아이오에스(iOS)’ 운영체제는 처음부터 연락처와 통화내역을 분리해 따로 연락처만 가져오는 방식을 채택해 통화내역은 노출되지 않았다.
또하나 주목할 부분은 이용자들의 통화내역을 실제로 수집했느냐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통화내역을 수집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업체는 “연락처를 가져오면 통화내역이 딸려온다. 음성통화·문자메시지 내용은 수집되지 않고, 수집된 데이터를 마케팅 등 다른 상업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최신 버전은 통화내역이 수집되지 않도록 개선됐다. 이전 버전도 주소록 공유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면 통화내역 수집이 중단된다. 대신 이렇게 하면 그동안 이용하면서 쌓였던 정보들이 사라지고, 친구 추천과 메신저에서 바로 문자메시지 발송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주소록 공유에 대한 동의를 받아 이용자들의 통화내역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수집하거나 저장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구조상 주소록의 연락처를 가져오면 자동으로 통화목록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주소록 공유를 전제로 하는 서비스라 주소록 공유 철회 기능이 없다. 네이버는 “현재 라인은 연락처 정보만 가져올 뿐 통화내역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는 “이용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방송통신위원회이나 소비자원 등이 많이 이용되는 메신저 앱들의 개인정보 침해 여부를 검증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와 카카오톡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쓰는 주요 앱들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있지 않는지 등을 검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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