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나영은씨는 오늘 기분이 좋다. 오전 자기공명영상(MRI) 분석에서 인공지능 검진 시스템이 놓친 증상을 잡아냈기 때문이다. 의료 인공지능은 방대한 환자 검진 데이터의 수집·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빈틈을 보이는데, 이를 바로잡는 게 의사의 중요한 임무다. 오늘 저녁엔 이런 들뜬 기분에 적합한 식당을 맛집 인공지능에게 추천해 달라고 해야겠다.

#김삼수씨는 일진이 매우 안 좋다. 점심때 무심코 백화점 매장을 구경하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발길 닿는 대로 고급 액세서리 매장에 들렀는데 점원이 수상한 눈초리로 흘끔 보더니 로봇 안전요원들이 주변에 선 것이다. 분명 매장에 들어선 순간 얼굴 인식으로 나의 과거 구매내역을 살펴보고, 목걸이나 반지를 살 리가 없는 사람이 왜 매장에 들어선 것인지 경계했으리라. 그래도 이렇게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오히려 다행이다. 보험사 같은 곳은 그저 조용히 더 비싼 보험료를 책정하고 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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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이 일상화된 미래를 가상으로 그린 모습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의 궤적을 보건대 이런 미래가 멀지 않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기술은 빛과 어둠을 함께 가져온다. 문제는 선택이다.

빅데이터 분석이 늘 개인정보와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와 무관하게 적용할 분야도 많다. 학계에선 빅데이터 분석으로 이뤄낼 수 있는 성취가 많다. 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핵물리, 천체물리 분야 등에서도 분석을 못해 쌓여 있는 데이터가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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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분야의 경우 제조 부문이 대표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간한 ‘2016 글로벌 빅데이터 융합 사례집’에 나오는 일본 기업 ‘오므론’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산업용 제어기기를 제조하는 이 회사는 생산라인 요소에 모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비효율 발생 지점을 찾아내 고쳤다. 이를 통해 효율성이 6배 높아졌다고 한다. 제조부문 빅데이터 활용은 사회 전반에서 생산성 향상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논쟁적인 부분은 서비스업계의 빅데이터 활용이다. 개인정보를 이용한 광고, 마케팅, 금융서비스 등이 여기 해당한다. 홈플러스는 3년 동안 경품 추첨 등으로 수집한 2400만건의 개인정보를 231억원을 받고 보험사에 팔아 지난해 기소당한 바 있다. 보험사는 이들 정보로 신나게 전화영업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보안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는 지난해 펴낸 저서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에서 “개인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는가 하는 것은 정보시대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프라이버시다. 개인정보가 돈이 되면 기업들이 앞다퉈 수집할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 프라이버시를 지키기는 어려워진다. 둘째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다. 이은우 정보인권연구소 이사(변호사)는 “지금도 기업들은 개인을 성향에 따라 분류해 관리하고 있는데, 향후 이는 체계적인 차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끝으로 감시의 문제가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계약직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났듯이, 상상 속에나 있던 정부기관의 전방위 감시가 기업과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실제 이뤄지고 있었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한 개인정보 시스템의 설계가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