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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쿨한데, 삼성은…

등록 :2010-10-20 11:09수정 :2010-10-20 15:39

 짙은 안개와 어둠이 드리워진 대저택. 그곳에는 전쟁이 끝나고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어린 딸과 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두 남매는 햇빛에 닿으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두 아이를 위해 언제나 모든 창은 두터운 커튼으로 막아두고 있어 집안은 늘 침침하고 어둡다. 어느 날 집안일을 돌보던 하인들이 갑자기 사라진다. 다행이 얼만 안 돼 예전에 이 저택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세 명의 하인들이 들어온다.

 하인들이 나타나자마자 저택에는 이상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피아노가 갑자기 연주된다. 딸 앤은 낯선 사람들을 보았다며 무서워한다. 저택에 또 다른 미지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그레이스는 딸의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실체의 두려움이 극대화될 때 실종되었던 남편이 등장한다. 그토록 서로 그리워했으면서도 좀처럼 섞이지 못한다. 내내 집을 찾아다녔다는 남편은 가족을 버리고 다시 홀연히 떠난다.

 연이어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은 그레이스를 혼란스럽게 하며 두려움은 점점 그 무게를 더해간다.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하인들에게로 향한다. 처음부터 행동의 모든 것이 석연치 않다. 그러다 그레이스는 무서운 진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죽은 영혼이었다는 것을. 그레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그레이스가 두려워했던 대상인 <디 아더스>는…….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디 아더스 (The Others)>다. <식스센스>와 비슷한 분위기의 반전영화다. 스릴러 영화지만 뭔가 애틋하고 연민스럽고 슬픈 영화다. 매혹적인 공포와 함께 잔잔한 긴장감과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그런 영화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도 <디 아더스>를 볼 수 있다. 애플이 쓰는 것이 바로 <디 아더스> 전략이다. 자기 자신 이외의 나머지 스마트폰을 <디 아더스>로 순식간에 만들어 버리는 전략이다. ‘아이폰 vs 나머지 스마트폰’의 양자 구도다. 아이폰은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을 개척해 새로운 브랜드 카테고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물론 애플 스스로 경쟁 스마트폰을 <디 아더스>로 만들 수는 없다. 애플의 전략이 먹혀들어간 건, 바로 아이폰이 ‘쿨(Cool)‘하다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쿨하지 않는 제품은 <원 어브 뎀(One of Them)>일 뿐이다.

 KT가 아이폰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재미있는 통계자료를 하나 내놨다. KT 전체 가입자 가운데 서울지역 20∼40대 여성 비율은 6.1%다. 그러나 아이폰 가입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12.8%로 2배가 넘었다. 강남 3구 20∼40대 여성의 KT 가입자 비율은 1.1%이지만 아이폰 가입자 가운데 이 지역에 사는 여성은 4.0%나 됐다. 네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이 자료는 통계치 자체가 너무 작아서 큰 의미가 없다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은 강남 여성 또는 강남 아줌마들의 엣지 아이템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자신들을 좀 더 돋보이게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는 도시여성의 필수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전조였다.

 박용만 두산 회장,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등 CEO부터 메간 폭스, 바네사 허진스, 조쉬 하트넷, 엠마 왓슨, 올랜도 블룸, 로버트 패티슨, 보아, 김혜수, 조권, 은지원 등 연예인까지 아이폰 인증 샷을 찍으며 아이폰을 갖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아이폰 기능을 다 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이폰을 그냥 전화기로만 쓰는 사람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은 일반 휴대폰의 기능도 제대로 못쓴다. 보통 휴대폰에는 텍스트 뷰어, 전자사전 등 수십 가지의 기능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 모두를 제대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아이폰을 살까? 이른바 ‘파노플리 효과(Effet de panoplie)’ 때문이다. 스타벅스 커피가 세계적인 히트를 치기 시작하자 그 원인을 분석할 때 나왔던 용어다. 누군가가 특정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이 그 특정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과시한다는 이론이다. 원래 파노플리는 세트란 의미로, 경찰관 장난감 세트처럼 동일한 의미를 지닌 상품 집단을 가리킨다. 어린아이가 장난감 경찰관 놀이세트를 갖고 놀면서 마치 자신이 경찰관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론을 주장한 장 보드리야르는 대중과 대중문화, 그리고 미디어와 소비사회에 대한 이론으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다.

 쿨한 제품의 특징은 반전영화처럼 생각의 틀을 깨는 데 있다. 아이폰이 쿨한 이미지를 갖게 된 건 바로 스마트폰의 정의를 바꾸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 스마트폰의 이미지는 소수의 마니아들이 쓰는 PDA의 휴대폰 버전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아이폰은 이런 상식을 산산이 조각내 버렸다. 사용하기 쉬운 휴대용 PC라는 이미지를 심은 것이다. PC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깔 듯 자신이 좋아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까는 전자기기로 포지셔닝했다.

 사실 애플이 이렇게 치고 올라오는 것에 피곤할 수밖에 없는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다. 소니의 워크맨이 그랬듯이, 애니콜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최강의 브랜드였다. LG의 사이언이 감히 근접하기 힘든 브랜드 포스를 뽐냈다. LG사이언이 초콜릿폰 같은 괜찮은 휴대폰을 갖고 나와도 쉽게 뚫을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애니콜 브랜드였다.

 

 애니콜 브랜드 파워는 대단했다. 세계 1위의 노키아도 한국에서 휴대폰 사업을 접으며 짐을 싸 떠날 정도였다. 물론 애니콜이 쌓은 브랜드 가치는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감수하며 노력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자 애니콜 브랜드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일단 삼성 애니콜은 ‘쿨’하다는 이미지에서 밀리고 있다. 첫 번째 상대였던 옴니아는 아이폰에 판판이 깨졌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시장에서 퇴출당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이 시점에서 삼성전자는 그들이 소니를 따라잡을 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소니가 아날로그 분야에서 디지털 분야로 건너가기 머뭇거릴 때, 삼성은 재빨리 디지털 분야로 도약했다.

 소니는 디지털 분야에서 멈칫한 건, 디지털 분야로 넘어가는 순간 잃어버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쌓아놓은 브랜드와 기술력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날로그에 머물렀고, 아날로그에 안주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과거의 영광이 미래의 발목을 잡는‘레거시( legacy)’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사람은 탁월한 후속제품이 나오면 먼저 내놓은 제품의 시장을 깎아먹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효과’라고 분석한다.

 삼성전자가 디지털로 건너갈 땐 잃어버릴 것이 없었다. 아날로그의 기술도 브랜드도 없었다. 디지털로 치고 나갔다. 아날로그 시대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모토롤러의 스타택을 제쳤고 소니에릭슨을 넘어선 뒤 노키아와 맞장을 떴다.

 

 그러나 삼성전자 역시 소니처럼 안주했다. 1위의 자만심이 묻어났다. 스마트폰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그러다 보니 초기 대응이 늦었다. 애플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전자기기를 앞장서 사용하는 얼리 어댑터의 전유물이 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사실은 아닐 수 있다. 두려워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아이폰은 쇼크라고 일컬어질 정도의 태풍으로 삼성전자를 덮치고 있다.

 

 이젠 스마트폰에 애니콜이라는 브랜드를 붙이면 별로 스마트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금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쌓아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애플에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이폰을 오피니언 리더들이 쓰고, 연예인들도 쓰면서 쿨하다는 느낌이 확산될수록 그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쿨하다는 이미지를 빼앗아 와야 한다. 그게 핵심이다. 물론 마케팅의 삼성전자는 지금까지는 잘 선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디 아더스> 전략에 맞서 <어너더(another)>라는 전략으로 대응한다. 바로 ‘갤럭시 VS 아이폰’이라는 맞대응 전략이다. 지금까지는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사람들은 휴대폰을 살 때 “아이폰을 살까, 갤럭시”를 살까 고민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가 아이폰의 나머지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스마트폰’ 이미지를 삼성전자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1위로 자리 잡게 하는 인식의 싸움이다. 영원한 최고의 제품이란 없다. 고객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인식이 바로 실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시장점유율 경쟁이나 벌이고 있으면 절대 아이폰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애플이 했듯이 사람들이 놀랄 만한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제품 말이다. 이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댄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제품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애플은 아이폰을 혁신의 수단으로 봤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시장점유율 확장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고객의 요구를 찾아 창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기 위해선 수치보다 직관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차별적인 접근을 해야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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