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회장
KT 이석채 회장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올해 스마트폰 공급량을 200만대로 높여 잡았다. 아이폰을 앞세운 케이티(KT)의 기세를 꺾어놓겠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기득권 보호 장치를 모두 버리겠다는 각오까지 내놓고 있다. 무선인터넷 시장을 키워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버릴 수밖에 없고, 살점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성장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서두르지 않으면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이는 무선인터넷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케이티에 빼앗길 수도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우선 스마트폰 공급에 주력해, ‘아이폰 바람’을 잠재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장은 ‘스마트폰=아이폰’ 등식을 허무는 게 목표다. 이를 깨지 못하고는 케이티에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에스케이텔레콤은 경험으로 잘 안다. ‘이동전화=011’이란 인식을 두텁게 만들어 강자로 군림한 경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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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텔레콤은 올해 새로 공급하는 이동통신 단말기 50여종 가운데 15종가량을 스마트폰으로 하고, 그중 13종을 안드로이드폰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안드로이드폰으로는 이미 지난 5일부터 모토롤라의 ‘모토로이’를 공급하고 있다. 예약가입을 시작한지 5일 만에 신청자가 1만명 넘게 몰리는 등 아이폰의 대항마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성민 에스케이텔레콤 이동통신부문 사장은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등도 곧 안드로이드폰과 보급형 스마트폰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며 “2013년에는 이동통신 단말기 기종의 40%를 스마트폰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목표는 무선인터넷 사업 활성화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일반 휴대전화에도 무선랜(와이파이) 접속 기능을 넣기로 했다. 또 데이터통화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통망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게 하던 ‘네이트’를 무선랜에도 개방해, 네이트에 담긴 콘텐츠도 무선랜을 통해 내려받을 수 있게 한다. 무선랜을 이용하면 데이터통화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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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이후 내놓는 이통 단말기는 음원저작권보호장치(DRM)도 해제된다. 이 보호장치가 풀리면 개인용컴퓨터나 엠피3 플레이어에 담긴 음악파일을 별도의 변환절차 없이 이통 단말기로 옮겨 이용할 수 있다. 지금은 복잡한 변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무선인터넷 정액요금으로 여러 기기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한 요금제도 올 하반기에 내놓는다. 이를 이용하면, 5만원짜리 정액요금에 가입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휴대전화로 하고, 무선인터넷은 노트북이나 전자책·내비게이션·엠피3 플레이어에서 쓰는 게 가능하다. 지금은 각 기기를 이용할 때마다 별도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기기마다 다른 요금제에 가입하는 데 따르는 가입비와 기본료를 절감할 수 있다.

통신망 투자도 확대한다. 3세대 이동통신망(WCDMA)을 데이터통신 속도가 빠른 통신망(HSPA+)으로 발전시키고, 그동안 외면했던 무선랜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선다. 유선 자회사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린 지역과 이동통신 멤버십 제휴사 매장, 무선인터넷 이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장소 등을 중심으로 무선랜 망을 확대해, 무선인터넷 이용 증가로 3세대 이통망에 과부하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무선인터넷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것이면 뭐든 한다”는 게 회사 쪽의 태도다. 서너달 전만 해도 기대조차 하기 어렵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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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스마트폰 띄워 ‘판’ 뒤집자무선인터넷 시장 선점SKT중심 구도 깰 기회와이브로·무선랜 확대

통합LGT 이상철 부회장
통합LGT 이상철 부회장

‘스마트폰으로 통신시장의 경쟁 틀을 새로 짜겠다.’

케이티(KT)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에스케이텔레콤 중심으로 짜인 통신시장의 경쟁 틀을 깨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케이티는 스마트폰 활성화로 ‘판 뒤집기’를 꾀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에스케이텔레콤에 빼앗긴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케이티는 우리나라의 첫 통신업체로, 유선통신망을 가장 풍부하게 갖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신업체였다. 하지만 유선통신망은 이동통신 시장이 뜨면서 효용성이 떨어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케이티조차 홀대했다. 유선통신망 기반의 무선랜(와이파이) 역시 찬밥 취급을 당했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무선랜을 깔다 철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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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유선통신망을 가져야 통신시장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온 것이다. 무선인터넷 시장을 선점하려면 유선통신망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동통신망만으로는 지금의 데이터통신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속도를 좀더 빠르게 하지 못하면 좀더 값싼 통신요금을 바라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도 없다.

‘앞으로도 아이폰 공급에 주력할 것이냐.’ 요즘 들어 케이티가 많이 받는 질문이다. 케이티 관계자는 “아이폰은 통신시장의 판을 바꾸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못박았다. 이제부터 아이폰은 여러 스마트폰 기종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케이티는 요즘 들어 아이폰보다 안드로이드폰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케이티가 성장 돌파구로 삼고 있는 모바일 오피스, 사물통신, 정보기술을 이용해 다른 업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서비스 등의 사업을 위해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더 유용하다는 것이다.

이석채 케이티 회장은 지난달 19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새로 공급하는 이동통신 단말기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180여만대를 스마트폰으로 보급하고, 이 가운데 절반을 안드로이드폰으로 채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새로 내놓는 일반 이동통신 단말기 모델 가운데 절반 정도에 무선랜 기능을 넣기로 했다.

케이티는 무선인터넷 이용 증가로 데이터통신 속도가 느려질 것에 대비해, 올해 3조2000여억원을 들여 와이브로와 무선랜 통신망도 넓힌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깔린 와이브로 통신망을 전국 84개 도시로 확대하고, 1만3000여곳인 무선랜 서비스 지역(쿡앤쇼 존)을 연말까지 2만7000여곳으로 늘린다.

케이티는 주력 마케팅 대상도 가정과 개인에서 기업으로 바꾼다. 기업들의 사내통신망을 스마트폰으로까지 확대해, 스마트폰으로 무선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회사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LGT, ‘탈통신’ 블루오션 찾아라스마트폰 출발 늦은 대신‘무선 인터넷전화’ 눈돌려새로운 성장 틀 모색키로

통합엘지텔레콤(LGT)은 지난달 엘지데이콤과 엘지파워콤을 합병해 종합통신업체로 변신한 뒤 조직을 개편하면서 ‘비즈니스솔루션 사업본부’를 만들고, 고현진 엘지 시엔에스(LG CNS)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동통신과 시스템통합(SI)을 결합시켜 기업고객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이상철 통합엘지텔레콤 부회장은 지난 1월 취임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탈통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탈통신 전략으로 통신시장의 변화를 주도해, 통합엘지텔레콤이 통신시장의 ‘태풍의 눈’ 구실을 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20여개의 ‘탈통신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추진을 맡을 전담조직을 마련한 사실도 공개했다.

통합엘지텔레콤의 탈통신 전략은 기존 통신의 틀을 깨 새로운 통신 장르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의 애플이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레드오션’(포화) 시장 위에 ‘블루오션’(신흥) 시장을 만들어 새로운 도약 틀을 마련한 것처럼, 탈통신을 통해 생성과 성장 단계를 지나 쇠퇴기의 정점에 다다른 통신시장 위에 새로운 장르의 통신시장을 만들어 성장 틀로 삼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출발이 늦고 라인업이 부족한 현실을 ‘탈통신’이라는 새 전략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통합엘지텔레콤은 “탈통신을 하려면 가진 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며 “가진 게 별로 없어 버리기도 쉬운 통합엘지텔레콤이, 많이 가져 버리기 쉽지 않은 케이티나 에스케이텔레콤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이 업체는 대표적인 사례로 ‘무선 인터넷전화’를 꼽았다. 무선 인터넷전화 시장이 열리면, 경쟁 업체들은 엄청난 음성통화 수입 감소를 우려해 고객이 원해도 버티겠지만, 엘지텔레콤은 주저 없이 “예스”할 수 있단다.

통합엘지텔레콤은 탈통신의 궁극적인 목표를 ‘고객가치 제공’에 뒀다. 각각의 고객에게 꼭 맞는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창조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벗어나야 산다”는 말을 화두로 삼아 ‘솔루션 통신’과 ‘지식 통신’ 등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장르의 통신시장을 창출하기로 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