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불평등에 관심 있다면 지니계수를 알고 있거나 들어봤을 터이다. 교과서에도 나온다. 우리나라 지니계수가 얼마나 되는지 포털에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0에서 1 사이 값을 지닌 지니계수는 소득이 얼마나 고루 분포돼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불평등 지표다. 값이 클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쉽게 말해 소수에게 소득이 집중된 사회일수록 값이 크다.
오랫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지니계수 값은 가구의 수입과 지출을 보여주는 가계동향조사(이하 가계동향)에서 따왔는데 2016년 기준 0.304(이하 처분가능소득 기준)다. 표본도 훨씬 많고 금융 및 자산 현황까지 조사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로는 0.355다. 두 조사의 편차가 0.051로 무척 컸다. 그 차이가 얼마나 큰가 하면 그해 지니계수 크기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줄 세웠을 때 순위가 무려 15단계 낮아진다. 그 뒤 오이시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니계수는 가금복 기준으로 바뀐다. 가금복은 2021년부터 고용 산재보험 급여 항목을 행정자료로 추가 보완해 작성하면서 그해 지니계수 수치가 보완 전후 달라진다. 보완 뒤 지니계수가 살짝 낮아졌다. 지난해 기준 0.324다.
애초 소득 불평등도를 보여줄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고 밝힌 가금복에서 추출한 지니계수가 이제 우리나라의 공식 분배 지표로 쓰인다. 더는 가계동향에서 지니계수를 산출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때 가금복에서 뽑아낸 지니계수가 가계동향 수치보다 훨씬 크자(클수록 불평등) 곧바로 공개하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분배 지표 악화는 곧 정책 실패를 의미하기에 숨기려 했던 것이다.
사실 조사원이 샘플 가구를 찾아가 묻는 조사 방식의 가금복이나 가계동향에서 뽑아낸 지니계수는 조세 데이터로 보정했을 때보다 더 낮게 나타난다. 갑부가 조사 샘플에 거의 포함되지 않고 포함되더라도 소득을 많이 축소해 답하는 탓이다. 과세는 강제성이 있지만 조사는 자발적이다.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경제학)가 과세 자료 등을 활용해 보정한 지니계수는 2010년 기준 동향조사 발표치보다 0.063이나 높다. 즉 소득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수록 실제 불평등도가 더 높은 경향성이 나타난다.
그런데 공식 지니계수로 본 우리나라의 분배 지표는 2010년대 이후 빠르게 감소 추세를 보인다. 이게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이는 90년대 이후 과세 자료와 국민계정 등을 활용한 소득 상위 1%, 10%의 집중도가 커지는 추세와 잘 조응하지 않는다. 기준 삼을만한 일관성 있는 장기적 분배 지표가 절실하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