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500선 아래로 내려가고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 가까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코스피가 1500선 아래로 내려가고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 가까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은행이 19일 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통화 스와프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이 빚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한-미 양국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밤 10시 연준과 600억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은은 통화 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미 달러화를 곧바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스와프 계약 기간은 최소 6개월(9월19일까지)이다.

통화 스와프란 마이너스 통장처럼 언제든지 달러를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한국과 미국은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 올 수 있다. 달러 확보가 그만큼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달러 수요가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10년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급박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는 외환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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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보도자료에서 “최근 급격히 악화된 글로벌 달러 자금 시장의 경색 해소를 목적으로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며 “최근 달러화 수급 불균형으로 환율 급상승을 보이고 있는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은은 앞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공조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한-미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은 2008년 10월30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에 이어 두번째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위기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전격 체결됐다. 체결 당시 2009년 4월30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2009년 2월4일 6개월 연장한 데 이어 6월26일에는 3개월 더 연장하면서 2010년 2월1일 종료됐다. 당시 한-미 간 통화 스와프 계약으로 달러 유동성에 대한 불안심리가 완화되고 급등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8월 말 1089원에서 계약 체결 당시 1468원까지 상승했는데 계약 종료 시점에는 1170원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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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아직 전반적인 세계 금융위기로 번지거나 우리의 보유 외환이 위험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가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특효약’인 만큼 사태 악화에 대비한 비상계획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는 든든한 안전망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내막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에서도 한국과의 통화 스와프 필요성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7일 기자 칼럼에서 “달러 조달 시장이 멈추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국가에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2008년 연준과 브라질, 한국 사이에 개설된 임시 스와프 라인이 다시 가동될 수 있고, 다른 많은 국가로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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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은행은 총 1932억달러 이상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양자 간 통화 스와프는 캐나다(사전 한도 없음), 미국(600억달러), 스위스(106억달러 상당), 중국(560억달러 상당), 오스트레일리아(호주·81억달러 상당), 말레이시아(47억달러 상당), 인도네시아(100억달러 상당), 아랍에미리트(UAE·54억달러 상당) 등 8개국과 맺고 있다. 다자간 통화 스와프(CMIM)는 아세안+3국가(384억달러, 13개국)와 체결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과 통화 스와프 협정도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양국의 외교적 상황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처음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가 독도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해 결국 2015년에 완전히 중단됐다.

한편 미 연준은 한국 이외에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중앙은행 및 싱가포르 통화청과도 동시에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한국 등 9개국에 대한 통화 스와프 신규 체결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달러 조달 시장에서 (달러 확보 어려움 같은) 압박을 완화해주기 위한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각국이 가계와 기업에 국내와 국외 양쪽에서 달러 조달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각국에서 ‘글로벌 현금 확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이 전격적으로 통화 스와프 체결 확대에 나섰다고 전했다.

한광덕 이경미 조계완 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