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원종준 대표. 한겨레 자료
라임자산운용 원종준 대표. 한겨레 자료

라임자산운용(라임)이 이례적으로 투자대상이 전혀 다른 모펀드 사이에서도 자산을 주고받으면서 ‘돌려막기’를 시도해 환매중단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결과를 자초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라임의 ‘추가 환매연기’ 보도자료와 라임이 신한은행에 보낸 공문을 종합하면, 라임이 새로 설정한 펀드 자금으로 만기가 돌아왔거나 중도상환 요청이 들어온 기존 펀드의 자산을 사들여 돌려막기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라임은 지난 6일 신한은행에 보낸 ‘신용보험(CI)무역금융 자펀드 자산현황 안내’ 공문에서 “지난해 9월 (해당 모펀드가 아닌) 다른 자산 비중을 높게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사모사채나 또다른 무역금융 모펀드 등에 투자했다는 의미다.

라임은 또 “편입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보유할 목적이었지만 투자한 펀드들이 지난해 10월 초에 환매연기 상황에 놓이고, 직접 보유한 사모사채도 펀드간 자전거래가 중단돼 현재도 보유할 수밖에 상황”이라며 “첫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3월말에 환매 연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추가 환매연기 대상 자펀드는 16개이고 설정금액은 2949억원에 달한다. 라임이 멀쩡하다고 주장한 이 시아이 펀드마저 변칙 편입한 다른 모펀드가 이후 유동화에 문제가 생겨 환매가 중단되는 바람에 동반부실에 빠진 것이다. 라임이 ‘일시적인’ 보유목적이라고 밝힌데서 드러나듯, 당시 유동성이 말라가던 투자펀드의 환매자금을 내주기 위해 새 펀드들의 자금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4월부터 8월 사이 연달아 출시된 시아이 자펀드 13개의 편입 비중을 보면, 지난해 10월 환매가 중단된 사모사채펀드(플루토 FI D-1호)에 27.8%를 투자했다. 함께 환매가 중단된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 1호)도 일부 사들였다. 게다가 직접 사모사채(18.3%)를 편입함으로써 사모사채 투자비중(46.1%)이 절반에 육박해 ‘보험에 가입된 무역 매출채권에 주로 투자한다’는 애초 설명과는 크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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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성격이 다른 모펀드들과 자펀드가 자전거래를 통한 ‘이종교배’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환매 중단사태가 사모사채·메자닌(주식연계사채)펀드→무역금융펀드→신용보험 무역금융펀드로 확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전거래는 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간에 사고파는 거래를 의미한다. 운용사의 수익률 조작 위험이 있어 금지돼온 자전거래가 이처럼 횡행하게 된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때문이다. 2015년에 시행된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그동안 환매대응을 위한 자전거래는 ‘설립 1개월 이내이면서 시장 매각이 곤란해 불가피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해왔던 요건을 아예 폐지했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확 풀때마다 금융사업자의 탐욕이 이글거리면서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라임 환매중단 사태는 잉태되고 있었던 셈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