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위원회는 담당 과 안에서 만들고 결재하던 ‘행정지도’에 대해 외부 위원이 포함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업계와 국회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등 ‘그림자 규제’로 인해 금융사 부담이 크다고 비판한 데 따른 대안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금융규제 운영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이달 중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통상 가이드라인이나 모범규준 형태로 마련하는 금융행정지도는 금융사 경영건전성이나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사 등에 특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현재 시행중인 금융위 행정지도는 13개, 금감원은 27개에 이른다.
대표적인 행정지도로는 금융위의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2017년 말 ‘가상통화 광풍’이 불면서 가상통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금융위는 이듬해 1월 은행에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책임을 부과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우회적으로 가상통화 거래소를 제재했고 열기를 가라앉혔다. 이처럼 입법 절차를 밟지 않고도 행정지도는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과도하다’는 불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우선 사전통제 절차로 행정지도 사전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행정지도를 심의·의결할 때 민간위원의 참여를 확대해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행정지도를 소관 과 내부 결재로 시행한다. 앞으로 금융위 사무처장이 위원장으로, 민간위원 3명이 포함된 9명의 위원이 심의해 결정하는 회의체를 운영하게 된다. 금감원은 이미 행정지도 사전심의위를 꾸려 운영중이었지만, 기존 민간위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행정지도 연장 횟수도 원칙적으로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통상 행정지도는 1년간 시행하지만, 연장 횟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장기간 행정지도로 이어지고 있다. 모든 행정지도를 원칙적으로 1회까지 연장할 수 있되, 더 필요한 경우 심의위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효선 금융위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매년 자체 평가 때 법규화가 필요한 금융행정지도를 검토하고 이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해 법규화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