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형 정치적 악재가, 나라 밖에서는 미국의 통화정책과 대선 판도로 인해 확대된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이렇게 ‘내우외환’이 겹친 탓에 코스피는 하루 만에 1970선까지 주저앉고 환율은 10원 가까이 치솟았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45(1.42%)가 빠진 1978.9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970선으로 하락한 것은 브렉시트 후폭풍과 이탈리아 은행 부실 위기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흔들린 지난 7월8일(1963.1) 이후 처음이다.
이날 지수는 장중 한때 1976.34까지 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은 1296억원, 외국인은 22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이 1447억원어치를 사들였으나,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20.32(3.24%) 급락해 606.06으로 장을 마치며 지난해 2월12일(602.24) 이후 최저 수준을 찍었다. 국내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 거래일보다 2.46(16.63%) 오른 17.25까지 치솟았다. 지난 6월28일 이후 최고치다.
장중 내내 증시는 반등의 동력을 찾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갑작스럽게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가 교체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확대됐다. 대외적으로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1월 기준금리 결정이 2일(현지시각)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숨을 죽였고, 미 대선 후보 지지율이 다시 접전 양상으로 돌아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전해지며 시장에 불안감이 커졌다.
삼성전자(-0.54%), 한국전력(-0.91%), 현대차(-1.41%) 등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주들이 대부분 하락했다.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씨제이(CJ) 그룹 문화산업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해당 회사가 부인하고 나섰지만 씨제이(-4.39%), 씨제이이앤엠(E&M·-7.72%), 씨제이 씨지브이(CGV·-3.54%)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끝을 알 수 없는 국내 정치적 악재에다 미 대선에서 예상과 달리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브렉시트보다 더 큰 불확실성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 3분기 실적 악화에 따른 불안감 등 복합적 상황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며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되는데, 1900선을 박스권 하단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 역시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9.9원 오른 달러당 1149.8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한때 1150선을 넘어 1152.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이 1150원대로 오른 것은 7월12일(1151.5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유선희 김효진 기자 duck@hani.co.kr
지난 7월 이후 코스피 1980선 처음으로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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