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37)씨는 포인트 적립률이 높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1년 동안 꾸준히 사용해 4만5000포인트를 쌓았다. 하지만 포인트를 이용해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5만원짜리 홍삼제품을 주문하려던 김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포인트 사용비율이 20%로 제한돼 있어 5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하려면 1만 포인트에 추가로 4만원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카드사들이 ‘포인트를 쌓을 때는 현금과 마찬가지’라고 광고하면서 실제로 포인트 사용 비율은 제한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으로는 김씨처럼 신용카드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으로 불편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카드사의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2017년 이후 출시하는 신용카드부터 포인트 사용 비율을 제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카드사가 주로 포인트 적립률 등 포인트 제공 내용만 홍보하고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이나 포인트 사용에 필요한 정보는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현재 국내 8개 카드회사 가운데 5곳이 소비자가 적립한 포인트를 한 번에 10~50%씩만 쓸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류찬우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해 전체 포인트로 결제된 1억3000만건 가운데 8918건(68.3%)이 포인트 사용 비율 제한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포인트 적립처(81만건) 대비 사용처(6만 곳)가 적은 상황에서 포인트 사용비율까지 제한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합리적 포인트 사용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표준약관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내년 이후 출시하는 모든 신규 상품부터는 포인트 사용비율 제한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카드사마다 포인트 운영 체계가 다른 점 등을 고려해 카드사 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발급 카드의 경우에도 카드사들이 회원에 대한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포인트 사용 비율 제한을 없애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신용카드 이용대금 자동납부 마감 시간도 최대 5시간까지 연장된다. 은행 별로 카드대금 결제처리 마감 시간이 달라 소비자가 똑같은 시간에 카드 대금을 입금해도 어떤 은행에서는 연체 처리가 되고, 다른 은행에서는 연체가 되지 않는 문제점도 바로잡기 위해서다. 올해 4분기부터 하나카드를 쓰고 하나은행 계좌로 결제를 할 경우, 은행들은 신용카드 대금 자동납부 마감 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1시로 연장한다. 국민카드를 쓰고 우리은행에서 결제하는 사례처럼 전산망을 별도로 이용하는 경우엔 오후 5~8시에서 오후 6~8시로 연장된다. 은행 자동납부 마감 시간이 지난 후 콜센터·누리집을 통해 출금을 요청하는 즉시출금이나 인터넷뱅킹을 통해 직접 카드사 계좌로 카드대금을 납부하는 송금납부 운영시간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연장된다.

카드사들이 텔레마케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하는 유료상품에 대한 정보제공 요건도 강화된다. 카드사들은 앞으로 누리집 메인화면에 유료상품 통합 안내시스템을 만들고, 청구서 첫 페이지에 소비자가 이용 중인 유료상품을 명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카드사 누리집에서 자신이 납부한 유료상품 요금을 조회하고 간편하게 해지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해야 한다. 적용 대상 서비스는 채무유예·면제상품, 신용정보보호상품, 휴대폰 문자서비스,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상품 등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