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가 지났는데도 찾아가지 않은 은행 예·적금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늦게 찾아갈수록 낮은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고객 쪽에 불리하다.
27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 17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은행의 정기 예금과 적금 가운데 만기 후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액수가 10조192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두 1345건에 이른다. 전체 정기 예·적금 가운데 1.7% 수준이다.
만기를 넘긴지 6개월 이상 된 예·적금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6개월을 넘긴 예·적금이 전체의 53.2%에 이르며, 1년을 넘긴 것도 37%나 된다. 박진복 금감원 금융민원실 팀장은 “불가피한 개인사정이 생겼거나 만기후 아직 다른 예·적금 상품으로 갈아타지 못한 경우 등 이유도 다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예·적금 예치기간이 길수록 높은 이자가 지급되는 데 비해, 만기가 지난 경우에는 장기간 예치할 수록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대체로 만기 후 1개월 이내에는 1.5%, 1개월~1년 사이에는 1.0%, 1년을 넘기면 0.1%의 이자가 지급되는 은행들이 많다. 일부 은행은 한 달만 늦게 찾아가더라도 연간 0.1% 수준의 매우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에 금감원은 만기 후 자동 재예치 또는 지정계좌 자동이체 서비스를 확대 시행하는 한편,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은행별 만기 후 이자율을 비교공시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