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도대체 메리츠금융이 어떤 데야?”

13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인 미국 ‘월가’도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다. 조 전 회장은 보수로만 89억원, 배당금(47억원)까지 포함하면 한 해에 136억원을 벌어들였다.

월가의 ‘스타’들은 어느 정도 받을까. 지난해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 공시 자료를 보면,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최고경영자는 기본급과 주식 보상 등을 합쳐 832만1300달러를 받았다. 우리 돈으로 환산(1달러=1067원/14일 종가 기준)하면 89억원이다. 조 전 회장의 한 해 연봉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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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회장은 이보다 조금 더 많은 1330만866달러(약 142억원)이다. 배당금을 포함한 조 전 회장의 총수입과 비슷하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뱃 최고경영자는 1237만7509달러(약 135억원)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단순 비교는 ‘착시’를 불러올 수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보수 공개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보수의 범위를 우리보다 좀더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다. 가령 골드만삭스의 블랭크파인 회장이 받은 총보수에는 자동차 지급 비용(4만7467달러)과 복지 및 세금자문 서비스(6만7200달러), 의료 서비스 비용(6만793달러)도 모두 포함돼 있다. 즉, 동일 기준으로 보수를 비교하면 조 전 회장과 블랭크파인 회장의 보수 격차는 더 줄어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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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이 지난 한 해 올린 수익은 이런 대형 금융회사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60억원이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의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각각 4조5000억원과 7조6000억원에 이른다. 수익 격차로 봐도 조 전 회장의 연봉은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조 전 회장의 연봉은 다른 국내 금융회사에 견줘도 월등히 높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케이비(KB)금융과 신한금융 등의 최고경영자 연봉은 30억원이 넘지 않는다. 조 전 회장이 이들 최고경영자보다 세 배 가까이 더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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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가지 실마리는 조 전 회장이 다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와 달리 대주주, 즉 ‘오너’라는 사실이다. 조 전 회장은 메리츠금융의 지분을 74% 보유한 최대주주다. 조 전 회장이 오너라는 사실은 그룹 내에서 그의 보수에 대한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오너 경영진의 고액 보수엔 또다른 숨은 배경이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고위 인사는 “오너들은 배당처럼 연봉을 가져간다”고 꼬집었다. 배당성향을 올릴 경우 다른 주주에게도 높은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배당성향은 줄이는 대신 연봉을 많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주주에게 돌아갈 몫을 줄이고 대신에 자기 몫을 극대화하려는 유인이 있다는 의미다.

베일에 가려 있던 그룹 오너들의 보수 수준의 일단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현숙 의원(새누리당)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수 월액’ 일부를 공개했는데, 이 자료에서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연봉이 62억원으로 나타났다. 고액급여소득자 40명 중 31위였다. 이 자료는 공단이 직장가입자 보험료 산출을 위해 확보한 급여소득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62억원은 담 회장이 그룹 지주사에서 받은 급여만 계산한 것이어서, 다른 계열사 등에서 받은 보수까지 포함하면 담 회장의 총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조정호 전 회장은 올 상반기 고액 보수 논란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계열사에서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줄어든 소득을 배당을 통해 일정 부분 보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메리츠금융 고위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은 그동안 일반 주주보다 낮은 배당금을 받아왔다. 이를 원상회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메리츠금융의 배당성향이 어떻게 결정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경락 류이근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