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265.1원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2일 오후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265.1원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9.20원 오른 달러당 1265.1원에 마감했다. 1300원을 향하는 환율 수준을 놓고 이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경제 펀터멘털(경제 기초체력)을 고려한 안정적인 원화 수준 기준선을 재평가해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까지 시장에서 점차 등장하는 양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들어선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발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쳤던 2020년 3월19일(1285.7원·종가 기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화 수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은 주요 통화에 견주면 원하 절하폭이 오히려 덜하다는 평가가 한가지 배경이다. 원-달러 환율 고점인 4월28일(1272.5원) 기준으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작년 말 대비 8.1% 절상됐다. 같은 기간에 상대 통화인 원화 가치의 절하폭은 6.6%다. 반면 달러당 엔화 가치는 11.6% 절하됐다. 유로화도 절하율이 7.6%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의 펀더멘털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 대외변수에 따른 세계적인 달러강세 현상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최근의 원화 흐름을 두고) 한국 경제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견해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율은 가치가 급격히 절하될 때 경제 위기 신호를 보내는 대표 지표로 여겨지는데, 상대적으로 원화 절하가 덜 된 셈이라서 국가 펀더멘털에는 이상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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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간을 확장하면 이미 지난해에 원화가 평균 100원가량 오른 터라 원화 절하폭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반론도 있다. 외환당국 고위관계자는 “한 나라의 적정 혹은 균형 통화가격 수준이라는 건 분석해 도출해내기 어렵다. 즉 1300원대를 원화의 정상적인 새 균형점이라고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다만 이미 작년에 원화가 그 전에 비해 100원가량 오른 상태가 오래 지속돼온 만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반을 상단으로 하는 어떤 범위 안에서 앞으로 움직이게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본다”고 말했다.

원-달러의 안정적 기준선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쪽은 ‘서학개미’ 동향을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투자 분위기도 환율의 안정적 수준을 변동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개인들의 달러 매수 수요는 코로나19 사태인 2020년을 기점으로 연간 20억달러에서 한 달에만 20억달러 안팎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서학개미 세력이 원-달러 기준선 자체를 상향 변동시키는 힘으로까지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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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리인상 등 대외 거시경제 충격 요인 외에 최근 국내 수출기업들의 외환 네고(달러 매도) 행태 역시 원-달러의 안정적 기준선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수출업체들은 수출로 벌어들여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매월 말이면 외환시장에 네고 물량으로 파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가파른 환율 급등 흐름 속에 기업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중기 수준의 안정적인 원-달러 수준을 예전보다 더 높게 잡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환율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보유’ 전략을 선택하기 때문에 월말에 외환시장에서 기업의 달러 매도물량이 예전보다 줄어들어 원화 가치가 더욱 절하될 수 있다.

외환당국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코로나 대응 통화정책에서 전체적으로 실수해 인플레이션 위기가 터지자 과도한 속도로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우리 통화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의 정상적인) 원화 환율 수준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