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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인간 중심의 사회 향한 시대 전환의 요구다

등록 :2020-12-14 10:55수정 :2020-12-18 10:21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 릴레이 기고]
①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제도개선위원장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말 그대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이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이 줄기차게 입법을 요구해온 사회적 경제 3법(사회적 경제 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중에서도 ‘모법’이자 ‘근거법’ 역할을 하는 핵심 법률이다.

19대와 20대 국회 때 각각 세 건이 발의됐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강병원, 김영배, 양경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은 여당이 책임을 지고 이번에는 꼭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공동으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각계의 주장을 담은 기고를 5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해 11월 충북 충주시 한국자활연수원에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2019 사회적경제 활동가 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충북 충주시 한국자활연수원에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2019 사회적경제 활동가 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고용유지지원금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런 지원 정책은 위기를 겪는 사람들의 고통을 경감시켰지만,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은 이보다 더 컸다. 임금 소득이 월 소득의 전부인 노동자, 돌봐줄 가족이 없는 홀몸 노인, 사회적 관계망이 약한 사람들은 코로나 위기에 누구보다 취약했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 돌봄 공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시장이 작동을 멈추고, 공공 서비스 제공이 줄어들자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이를 학교와 학원으로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맞벌이 부모가 기댈 곳은 ‘할머니 찬스’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 아이들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우리 동네 할머니가 있다면 어떨까. 개인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경제다.

부족한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기보다는 협동의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모두에게 더 이롭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물며 코로나라는 공동의 애로사항이 생겼을 때 고군분투할 이유가 없는데도 우리는 각자도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는 이웃의 안위를 물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의 부재와 가치를 느끼게 해줬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사람 중심 관계망’이 코로나와 그 이후의 시기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역사적으로도 복지 공백을 채웠던 건 시민사회와 그들의 연대망이었다.

주요 정책 대상 사회적경제 기업 수, 취업자 수(자료: 기획재정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사업체를 운영하며 참여자 공동의 염원을 실현하는 인적 결사체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한국전쟁 이후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개발 시기에 농촌 부흥을 위해, 도시개발로 철거된 삶의 터전을 복구하기 위해, 1980년대 이후 소비자 주권과 건강·교육 제공을 위해, 외환위기 이후에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회적 경제는 삶의 대안을 만들어내는 경제 사업을 전개해왔다. 오늘날 사회적 경제는 이익이 아니라 고용 창출을 위해 빵을 만든다. 신용사업을 벌이고, 먹거리 매장과 병원을 운영하고, 공장도 돌린다. 사회적 경제는 사람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암 환우의 사회복귀를 위해,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니어의 사회적 참여를 돕기 위해 사업을 펼친다. 이런 노력으로 사회적 경제는 규모화를 이뤘다. 현재 한국에는 기본법협동조합으로 결성된 조합의 수가 1만8천여개(2020년 10월 기준)를 넘어섰고, 조합원은 약 50만명(2018년말 기준)에 달한다. 사회적 경제는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우리 가까이에 있다.

국내 협동조합 통계(자료: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대적 협동조합의 60년 역사에 뒤이어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등이 제정되고 육성정책도 시행됐지만, 현재 사회적 경제 관련 제도와 정책은 부처별 협력을 꾀하기 어렵다. 낮은 통합성으로 정책의 효과를 내기 어렵고, 사회적 경제 조직의 발전에도 저해가 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협동조합 법인이나 주식회사 법인을 하나로 묶어 우리 사회의 경제 주체 또는 영역으로 호명한다. 개별법, 육성법 등으로 나뉘어 있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 협동과 연대를 통해 보다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시대적 요청이 들어 있다.

이 법은 2014년 19대 국회에서 유승민 의원에 의해 처음 발의된 뒤 제정되지 못했다. 20대 국회는 입법 기관으로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포용경제 실현의 기초가 될 기본법 제정이 미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조속히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하여 국민경제의 기초를 바로 세우고, 사람을 살리는 경제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진정한 21세기가 시작될 것이라고들 말한다. 기존의 경제시스템이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이미 우리는 일하는 방식, 자원을 사용하는 방식, 교육하는 방식 모두 달라져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있지 않은가. 자원전쟁과 패권적 정치, 인간과 자연의 상품화와 불평등을 기반으로 한 지난 세기의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세기를 열어갈 결심을 할 때다. 이에 답한다. 사회적 경제를 장려하고 흩어져 있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연대와 협력을 권장하라. 그들이 시장과 행정의 공백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적 관계를 튼튼하게 하는 경제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하라.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요구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연대와 협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더욱 인간 중심의 자유로운 사회로 진전시키라는 시대 전환의 요구다.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제도개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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