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수석비서관은 ‘극한직업’이란 말을 듣는다. 정태호 수석은 매달 고용지표 발표일이 다가오면 “초긴장 상태에 빠진다”고 말한다. 이달 중순에 1월 고용지표가 나오자 언론은 다시 한번 “고용 참사” “고용 쇼크”라 제목을 뽑았다. 그 원인으로 지목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라는 압박이 뒤따랐다. 지난해 내내 정부는 괴롭고, 국민은 답답했던 고용 사정이 올해는 어떻게 될지 정태호 수석에게 물었다. 정 수석은 “올해부터 정부의 일자리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상반기를 바닥으로 고용 사정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1월 말 협약식을 한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아주 적극적이어서 상반기 중 1∼2곳이 더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보였다. 인터뷰는 15일 청와대 회의실에서 했으며 25일 전자우편을 통해 보충 취재했다.

―경제의 허리인 30~40대 고용이 부진한데 대책은?

“관광, 콘텐츠 등 유망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지난해에 이어 혁신창업과 스케일업(실험적 창업을 규모를 키워 사업화하는 것)을 통한 제2의 벤처붐 조성으로 고용을 늘려갈 것이다. 벤처 창업투자는 지난해 44% 늘어난 3조4천여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였다. 신규 자금도 4조7천억원이 조성됐으며 신설 법인만 10만곳 이상이었다.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은 전년 대비 20% 이상의 고용 증가세를 보여 효과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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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고용지표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하고, 도소매, 음식점·숙박업에서 일자리 10만8천개가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보나?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이나 소규모 영세 제조업에 심리적으로 압박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고용에 대한 영향은 아직 결론 내리기 어렵다. 최근 자영업 증감은 장기적으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추세의 연장선에 있다. 최저임금 영향이 있다면 내려가는 곡선이 확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시간을 두고 더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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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지원 등을 위해 지난해 2조5136억원이 집행됐고, 올해도 2조8188억원이 편성된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은 내년에도 편성하는가?

“일자리 안정자금은 지난해 저임금노동자 264만명이 신청해 고용 안정에 기여하는 성과가 확인된 제도다.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서도 내년에도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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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용 사정은 좀 나아질 수 있나?

“올해 재정정책이 확장적이어서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 예산은 선거가 있던 2017년에 상당 부분 짜여 있던 것이 집행된 것이다. 현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은 올해 예산이다. 이제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광주형 일자리 같은 상생형 모델에 아주 적극적이어서 이쪽의 성과도 기대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최악의 고용 상황은 벗어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고용 사정은 악화일로에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자동차 산업 등에서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취업자 수는 9만7천명 정도 늘어났다. 상용직 근로자 수 증가나 청년 고용률 등 고용의 질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지표들이 있다. 어르신 일자리 역시 정책 효과가 나오고 있다. 취업자 수가 기대만큼 못 간 것은 아쉽다. 고용은 양과 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는 아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고용 사정이 심각하다는 게 국민의 느낌이라면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고 더 정책 효과가 잘 나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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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수, 실업자 수, 고용률 등 고용지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데 주로 무얼 봐야 하나?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지난해 6만3천명 줄어, 현재 기준의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것이 바로 취업자 수 증감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취업자 수가 한해 40만~50만명씩 늘어나던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노동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을 같이 볼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15~64살)은 지난해 66.6%로 2017년과 같았다. 물론 고용률 자체도 오이시디 내 주요 국가들 수준(2017년 미국 70.1%, 일본 75.3%, 독일 75.3%)에 미치지 못한다.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연 15만명은 돼야 한다고 보고, 이 목표 달성에 매진할 생각이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비서관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비서관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자리 늘리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면 구조 변화 시기를 참고 견디자고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저성장, 저고용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다.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라는 새 경제 패러다임은 저성장, 저고용을 타개하는 방안이지만 효과가 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현실의 어려움은 국민도 잘 안다. 하지만 정부는 어려움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보여줄 책임이 있다. 이제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단기 공공 일자리 창출 정책이 비판받고 있다. 빈 강의실 불 끄기나 재래시장 순찰 같은 데 예산을 낭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 비판은 타당치 않다. 그런 일자리는 현 정부뿐 아니라 이전 정부에도 있었다. 수혜자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들은 당장 소득이 필요하지만 일자리가 늘어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다. 특히 가장 취약한 임시일용직 쪽에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드는데, 정부가 그분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 설사 욕을 먹더라도 정부가 예산을 그런 곳에 써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과 같은 것이 상반기 중 한두곳 더 성사될 수 있다고 했는데.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경북 구미와 전북 군산이다. 상반기 중 지자체 한두곳에서 노사민정의 타협을 이룬 뒤 관심 있는 기업과 협상에 들어갈 정도로까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협상에 들어가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광주에서의 경험이 있어서 그 프로세스를 밟아가면 되기에 진척이 빠를 것이다.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어떤 타협을 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되는데, 광주에서 한국노총이 결단을 내려줘 다른 지역은 부담을 덜 갖게 됐다. 광주의 프로세스를 공식화해, 지자체가 지역 상생형 일자리를 발굴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관련 부처에 만들 예정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야지, 정부에 성의를 보이는 차원이면 어렵지 않나?

“광주형 모델에서 현대자동차가 가장 많이 따진 것이 노사 문제를 포함해 이 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이었다. 정부가 아무리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에 관심이 있어도, 기업은 자신의 장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광주가 타결되기 전에 만나본 기업들은 이 모델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우리 경제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 공장을 세우거나 증설할 것을 생각하는 기업인들 사이에 이 모델이라면 국내에 공장 세우는 것을 생각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있다. 광주형 모델은 기업의 유턴,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의 효과가 있다.

―제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이른바 ‘코스트 벨트’(해안 공업도시)의 협력사, 중소기업 노동자는 하루가 급하다. 광주형 모델은 이들에게 너무 먼 해결책 아닌가?

“광주에 자동차 회사를 만들면 2021년부터 고용이 된다. (그 전에도) 법인 설립 때부터 바로 고용이 시작돼 점점 늘리면서 공장이 완성되면 다 들어간다. 중장기적이라고 할 수 없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차 노조는 여전히 반대하는데 다른 지역의 확산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겠나?

“광주형 일자리는 원래 지역 노동계에서 일자리를 고민하면서 제안한 것이다. 민주노총도 광주지역 청년들의 입장에 서 본다면 생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2017년에 일자리를 찾아 청년 5400명이 광주를 떠났다. 이들이 서울 등지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얻었겠는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노동운동을 하는 분들도 일자리 창출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고용 지표를 둘러싼 해석의 전쟁

다달이 나오는 고용지표를 요조조모 뜯어보려하면, “딱 보면 모르느냐”는 핀잔을 듣기 쉽다. 청년들 직장구하기 어려운 게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고, 장사 안돼 문닫았다는 자영업자도 주변에 흔하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일자리 사정을 ‘원님재판’하듯 판단할 수는 없다. 고용상황은 각 경제주체의 심리와 정부의 정책방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부터 고용지표는 소득주도성장 같은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다투는 ‘정치투쟁’의 마당이 됐다. 지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대책도 올바르게 나올 수 있다.
언론이 ’고용참사’의 대표적인 증거로 제시해 온 고용지표는 전년 같은 달 대비 취업자수와 실업자수 증감이다. 1월에 취업자수는 1만9천명 증가에 그쳤고 실업자는 122만명으로 늘었다. “고용 쇼크”, “19년만에 최악 성적” 같은 제목의 보도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취업자수나 실업자수를 고용의 양적상황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삼는 것는 것은 무리이다. 취업자수 증감은 고용시장 진입한 사람과 퇴장한 사람의 차이일 뿐 새로 창출된 일자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증가율이 빠르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는 부정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15세 이상 인구는 2014년에 49만1천명이 늘었으나 2016년 36만6천명, 지난해 25만2천명으로 증가규모가 반감했고, 그 중에서 주부, 군인 등을 뺀 경제활동인구 증가규모는 2014년 72만8천명에서 지난해 14만8천명으로 확줄었다. 인구가 50만명 늘어날 때와 25만명이 늘때의 취업자 1만명 증가가 같을 수는 없다. 실업자수 역시 인구변동이나 경제활동참가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여성과 고령층이 갈수록 적극적으로 취업에 뛰어들면서 2014년 이후 해마다 증가했고, 2016년(100만9천명) 부터는 조사가 시작된 2000년(97만8천명) 이래 최고치 기록을 매년 갈아치우고 있다. (위 기사의 표 참고)
정확한 추세파악을 위해서는 인구변수를 한번더 분석해야 하는데, 두번 일할 필요없이 연도별 고용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확립된 지표가 있다. 바로 노동인구 대비 취업자, 실업자를 말하는 고용률, 실업률을 보는 것이다. 고용률(OECD 기준, 취업자/15~64세 인구)은 지난해 66.6%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던 2017년과 같았다. 실업률은 3.8%로 전년에 비해 0.1%포인트 높아져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추세가 이어졌다.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해도 고용률은 OECD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2017년 기준으로 미국은 70.1%, 일본은 75.3%, 독일은 75.3%였다. 이들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연간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15만명넘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고 목표이다. 취업자수는 지난해에는 9만7천명 증가에 그쳤다. 문제인 대통령이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지 못해 국민이 체감하는 고용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머리를 숙인 것은 타당하지만 그 자체로 ‘참사’라 부를 수준은 아니다. 청년고용률은 높아졌다(청년 실업률은 악화됐다). 이 밖에 상용근로자 비율, 임금근로자비율, 직원있는 자영업자 비율, 정규직 상용비율 등 등 질적지표는 지난 10년래 가장 괜찮은 실적을 보였다. 물론, 1월 지표에서 보듯이 핵심인 제조업 일자리가 많이 줄고, 경제의 허리인 30~40대 취업이 부진한 반면,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서비스업쪽에서 고용이 늘어난다든지 하는 고용의 내용적인 부진과 추세적 악화는 그것대로 직시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녹취 및 정리- 박선하 시민경제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