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화물이 가득찬 부산항. 연합뉴스
수출입 화물이 가득찬 부산항.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대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하지만, 삶의 질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을 각각 3.2%와 3.0%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7월 내놨던 전망치에 견주면 올해 성장률은 0.2%포인트 상향 조정했고 내년에도 3%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 것이다. 정부 전망이 들어맞는다면 우리 경제는 2010~2011년 이후 7년 만에 2년 연속 3%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내년에 건설과 설비투자 증가율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정부가 3%대 성장을 자신하는 요인은 수출과 소비다. 올해 수출 호조와 부동산시장 호황에 힘입어 각각 14.1%, 7.6% 증가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내년에는 이에 따른 기저효과와 부동산시장 안정화 등의 영향으로 각각 3.3%와 0.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는 세계 경제가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역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저임금 인상,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등 가계소득을 높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들이 내년 본격화됨에 따라 저소득층의 가계소득 증대가 민간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올해 2.4%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내년에는 2.8%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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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년 3%대 성장 전망이 여전히 수출에 의존하는 외끌이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일부 축소되는 일자리도 있어 소득증대 효과가 상쇄되고, 건설경기 위축으로 저임금 일자리 역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대외경제 여건이 급격히 나빠지지 않는한 3% 성장이 가능은 하겠지만, 최근 고용지표가 좋지 않고 수출 증가가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어서 민간소비 부분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년 취업자수 증가는 올해와 같은 수준인 32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일자리 감소, 산업 구조조정 등 부정적 요인도 있지만, 수출 호조세와 정부의 일자리 정책 등이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고용률은 올해 66.6%보다 소폭 개선된 67.3%로 전망된다. 소비자 물가는 유가 상승세 둔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등의 영향으로 올해 1.9%보다 낮은 1.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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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만9700달러로 추정되는 1인당 국민소득은 현재 성장세를 유지하면 내년에는 3만2천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수준인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처음 진입하게 된다. 2006년 2만795달러로 2만달러에 진입한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은행 집계를 보면, 1인당 지엔아이가 3만달러를 넘은 나라는 32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오이시디가 38개국을 조사해 내놓은 ‘삶의 질 지표’를 보면, 삶의 질 순위는 2012년 24위에서 올해 29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다른 오이시디 국가들이 1인당 국민소득과 삶의 질이 정비례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 등 일과 삶의 균형(35위)과 스스로에 대한 건강상태 평가(38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주거(28위), 소득(23위), 고용(22위)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수출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가계로 흘러가게 하는 틀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성장지표가 좋아져도 국민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