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모비스의 ‘갑질 개선방안’이 미흡하다고 돌려보냈다. 현대모비스는 부품대리점에 제품을 일방적으로 할당하는 이른바 ‘밀어내기’가 적발되자 개선방안을 내어 ‘동의의결’ 절차를 밟아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공정위는 11일 현대모비스의 시정방안이 대리점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고 갑을 관계 거래구조를 개선하는 데 미흡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이란 법 위반 혐의가 있지만 위법성을 따지지 않는 대신 기업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이행해 사건을 신속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전원회의를 열어 ‘현대모비스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동의의결절차 개시 신청안’을 검토했다.

앞서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2010년 1월∼2013년 11월 국내 정비용 자동차 부품 사업부문에 대해 과도한 매출목표를 정하고, 전국 부품사업소 직원들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임의매출’ ‘협의매출’ 등의 명목으로 대리점에 부품을 일방적으로 할당하거나 구매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후 현대모비스는 공정위 적발 뒤 1년간 피해보상을 비롯해 상생기금 100억원 추가 출연, 협의매출 강요 직원 징계규정 제정, 직원교육 강화 등의 시정방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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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정위 전원회의는 현대모비스의 시정방안이 대리점과의 갑을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20년 이상 거래한 대리점이 피해구제를 신청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고려해 제3의 기관을 통한 피해 파악과 구제방안 마련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봤다. 또 ‘밀어내기’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본사-대리점 간 거래구조를 고쳐야 하는데, 단순히 직원 징계와 교육 등을 하겠다는 것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순미 공정위 경쟁심판담당관은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보다 대리점이 많은 현대모비스가 모범적인 처방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냐는 게 이번 결정의 취지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보완해 다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10월27일까지 시정방안을 보완하고, 공정위는 다시 이를 평가한 뒤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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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민변·참여연대 등 10개 단체와 간담회를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경제·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도 전달해달라”며 “공정위의 신뢰회복을 위해 사건처리방식, 조사방식 등에 대해 쓴소리도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