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사옥에서 열려 사채권자들 공탁서원본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한 뒤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사옥에서 열려 사채권자들 공탁서원본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한 뒤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7일 핵심 채권자인 국민연금기금이 산업은행 등이 마련한 채무조정안을 수용한다고 밝히면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이 한 고비를 넘었다. 하지만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이후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번번이 새로운 난제에 부딪히며 회생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조정 환경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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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 첫 단계부터 국민연금을 불러들여 머리를 맞댔어야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회생 실패에 따른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과 같은 파장은 외면한 채 자신들이 들고 있는 회사채 상환이라는 이해관계에만 연연해 한다는 비판이었다. 국민연금이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운명의 열쇠를 쥐는 경우는 과거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과거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채권을 사실상 은행들이 대부분 들고 있었기에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었다”며 “최근에는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가 다양화되면서 전통적 방식의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제대로 워킹(작동)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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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우조선의 총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조원대에 이르는데 이중 1조3500억원이 회사채다. 채권액 기준으로 보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10조3천억원)과 산업은행(4조8천억원), 국내은행(2조7천억원) 등이 많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회사채 투자자들이 1조5500억원을 들고 있어 만만찮은 비중을 보여준다. 국민·하나·신한·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중 1조원 이상 대우조선 여신을 들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몇몇 시중은행만 정부가 불러모으면 구조조정이 이뤄지던 때와 달리 정부가 접촉하거나 설득해야 할 투자자 범위가 크게 넓어진 셈이다. 투자자가 다양화될수록 이해관계 조정도 복잡해진다. 이른바 ‘대마불사’ 논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유포된 것도 논란을 키운 배경이 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액화천연가스(LNG)선과 특수선 제조 기술력이 세계 1위인 대우조선이 파산할 경우 연관 기업들이 많아 대량 실업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조건이 아니었다면, 국책은행들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난 여론 속에서도 7조원이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이유가 없다. 앞서 정부는 2013년 동양그룹 사태 때는 당시 이 그룹의 채무가 대부분 회사채나 기업어음(CP)과 같은 사채권에 쏠려 있고, 주력 산업이 국가 기간 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회생 작업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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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어렵게 동의해준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는 2014년께 대우조선 회사채를 대량 매입한 과정에서 나타난 석연치 않은 점을 덮어버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가입자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고심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한편으로는 가입자 이익 훼손 가능성이 있는데도 대우조선 회사채를 매입한 과거 전력에 대한 논란이 차단되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정부는 대우조선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국민 경제에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결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달리 보면 선수금환급보증(RG)를 많이 들고 있던 시중은행의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덜어주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어떤 한계를 드러내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권혁세 전 원장은 “자본시장을 키워서 시장 자율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구조조정의 열쇠를 시장이 쥐게 되면 불필요한 외압이나 정무적 판단에 따라 구조조정을 그르치는 일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도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법적 기반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폐지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부실 기업을 사들여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수익도 창출하는 ‘구조조정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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