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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업’ 포스코는 역대 회장들의 진퇴가 모두 정치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비운의 역사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연임 도전 뜻을 밝힌 권오준 회장을 상대로 진행 중인 차기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서는 권력 개입설이 사라지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이 나타나, 25년 이어진 포스코의 권력 개입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1992년 창업 주역인 박태준 회장이 집권여당과의 갈등으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2대 황경로, 3대 정명식, 4대 김만제, 5대 유상부, 6대 이구택 회장까지 예외 없이 권력의 입김으로 임명된 뒤 새 정권에 의해 임기 도중 하차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7대 정준양 회장도 2008년 선임 때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불린 박영준 전 차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뒤 2014년 초 박근혜 정부에 의해 물러나야 했다. 후임인 권오준 회장 선임에도 2014년 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순실씨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포스코의 한 전직 임원은 “역대 정권은 주인 없는 포스코를 권력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회장 인사에 개입한 뒤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며 “포스코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정부가 인사에 개입한 것은 불법이고 시장경제원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초 구성된 포스코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는 권력 입김설이 일절 사라졌다는 게 포스코 안팎의 중론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9일 “회장 선임 때마다 단골로 나오던 권력 개입설, 유력 후보 권력 줄대기설, 후보 간 비방전이 모두 꼬리를 감췄다”며 “정치권과 정보기관 등에서 난무하던 온갖 소문들도 함께 사라졌다”고 했다. 후보추천위 의장인 이명우 사외이사(동원산업 사장)도 최근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전임 회장단, 오비(OB) 모임, 투자자 등한테 의견을 수렴 중에 있고, 25일 이사회 전에 종합적 결론을 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와 최순실씨 구속 등으로 권력이 직접 개입하기 힘들어지고, 유력 후보들도 권력 줄대기 같은 ‘경거망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포스코의 한 간부는 “권 회장의 경쟁자로 알려져온 내부 인사들 중에는 권 회장의 연임을 돕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귀띔했다. 악순환을 단절하려면 새 정권에 의해 회장이 중도하차하는 관행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후보추천위가 철저한 검증을 통해 문제 소지가 있는 사안은 미리 다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증 대상에는 경영 실적은 물론 회장 선임· 및 재직 과정 중에 발생한 법적·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도 모두 포함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명우 의장도 “특검 수사를 포함해 권 회장 관련 리스크도 충분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최씨 사건과 관련해 계열 광고사 포레카의 경영권 강탈 시도, 체육팀 창단 지원 요구, 낙하산 인사 등의 의혹이 제기돼, 특검 결과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포스코 임원은 “후보추천위에서 의혹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권 회장을 추천한다면, 이후 새 정권이 흔드는 일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할 각오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