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둘째날 열릴 중국세션】

명실상부한 세계 경제의 ‘헤게몬’인 미국의 최근 보호주의, 좀더 정확히는 자국중심주의로의 회귀가 분명해지고 있다. 단순히 도널드 트럼프라는 의외의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가 되더라도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것은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가 교체될 때 나타나는 공통된 모습이라 놀랍지는 않다. 1929년 미국 주식시장의 붕괴에 이은 장기간의 대침체로 귀결되었던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의 혼란기에도 그랬다. 이런 상황을 대공황 연구로 유명한 경제사가 찰스 킨들버거는 ‘영국은 능력이 없고 미국은 의지가 없다’라는 기막힌 표현으로 잡아내었다.

지금은 다르다. 능력 없는 지난 시대의 헤게몬 미국이 슬쩍 물러선 자리에 새로운 헤게몬으로 가장 유력한 중국이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중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그 대항마로 중국이 추진했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의 확산을 위한 행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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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중국 쪽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 이동이 불가피하다면 중국이 의욕적으로 나서는 것이 향후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을 거두기 어려운 까닭은 중국의 ‘의지’가 아니라 ‘능력’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이제껏 높은 대외의존도 아래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해온 중국으로선 미국 등 선진경제권의 보호주의 움직임에 각별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내적으로도 당국의 강력한 규제 아래 오히려 역설적으로 비대해진 그림자은행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한 부동산 거품 등은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강력한 위협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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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열리는, 2016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의 둘째날 중국세션은 중국 경제의 현황과 향후 가능성 그리고 한계를 다각도로 짚어보는 자리다. 발제자로 나서는 주안둥 중국 칭화대 교수는 2008년 이래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를 둘러싼 국내외 사정을 분석한다. 뒤이어 자야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와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을 벌인다. 고시 교수는 최근 중국의 성장둔화가 임금 상승을 동반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임금 상승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한 가지 원인이겠지만, 동시에 경제의 내수 기반을 확대시키는 순기능도 한다. 따라서 임금 상승은 중국 경제가 수출보다는 내수 주도 성장으로 탈바꿈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일단은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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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6’ 내 중국의 ‘로열’사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스마트 모바일 영화관을 표방하는 ‘로열-X’를 경험해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6’ 내 중국의 ‘로열’사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스마트 모바일 영화관을 표방하는 ‘로열-X’를 경험해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고시 교수는 또 중국의 경제성장이 매우 높은 투자를 통해 추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금융위기 이후 투자부진 현상이 일반화하고 있는 선진경제권을 고려하면 이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투자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5%를 넘나들 정도로 지나치게 높다. 왜 그럴까.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서 외국 자본들이 들어와 공장을 많이 짓기 때문은 아니다. 중국의 투자율은 선진경제권에서 실물 수요가 줄어든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투자가 생산설비보다는 주거용 건물이나 기타 부동산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부분적으로 임금 상승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막대한 부채와 그에 따른 자산시장 거품을 빼고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고시 교수는 “중국이 경제를 좀더 소비 위주로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자아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
자아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

지만수 연구위원은 조금 더 낙관적이다. 그는 중국 경제당국은 지금 고시 교수가 제기한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본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이후 내수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성장전략을 수정해왔다. 이는 단순히 소비만을 높이는 게 아니라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계획을 가지고 생산 측면의 기반도 탄탄히 하는 것까지 겨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전기자동차·재생에너지·초고속철도·드론 등 신기술에 기반을 둔 혁신적 부문을 개척하게 될 것이다. “계획대로 여러 부문에 걸친 중국 신규 산업들이 중국 내에서 적절한 가치사슬과 생산 플랫폼을 만든다면 규모의 경제 덕분에 중국은 손쉽게 해당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올라설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지금껏 없던 첨단 제품의 가장 큰 생산자일 뿐 아니라 가장 규모가 큰 소비자가 된다. 지 연구위원은 “아시아의 파트너 경제들에 중국 시장은 더 이상 외국 시장이 아니다. 가장 유망한 글로벌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이 ‘국내 시장’을 넘어 그 자체로 ‘글로벌 시장’이라면 더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해져야 한다. 과연 이러한 요건을 현재의 중국 공산당 당국이 만족스럽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역사적으로 세계 경제 헤게몬의 공통점은 남다른 ‘포용력’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그 포용력에는 세계의 저발전 지역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에 그것은 자국을 둘러싼 아시아 발전도상국들의 지속 가능 발전에 대한 고려일 것이다. 이번 중국세션의 토론은 그것을 따져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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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g@hani.co.kr

【발전경제학 세션】 한·일·인도 성장과 불평등 진단

이번 2016 아시아미래포럼의 발전경제학 관련 세 개의 세션은 국제발전경제학협회(IDEAs)와 협력해 마련되었다. 중국세션에 이어지는 두번째 세션은 인도·일본·한국을 대표하는 진보경제학자들로부터 각국의 경제 현황과 전망을 들어보는 자리다.

찬드라세카르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는 별다른 위기를 겪지 않으면서 높은 성장률을 실현하고 있어, 중국에 이어 세계화의 성공 사례로 칭찬받고 있는 인도 경제의 ‘실상’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인도 경제가 무역·자본계정·금융 자유화를 통해 지표상으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건 사실이지만 경제의 질적 고양에 필수적인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특히 일련의 자유화 과정은 인도 경제의 진정한 발전에는 관심 없는 해외 금융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었다는 게 치명적이다. 이러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고서는 발전을 위한 탄탄한 기초를 확보할 수 없다고 찬드라세카르 교수는 강조한다.

요코카와 노부하루 일본 무사시대 교수는 일본 경제의 부침을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장기파동’ 관점에서 조명한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 침체의 원인을 인구 요인에서 찾는 흔한 설명과 달리, 그는 세계적인 산업구조 및 자본축적의 동학을 핵심 변수로 삼는다. 이 입장에 따르면, 일본 경제가 침체에 들어선 결정적 계기는 1990년대 들어 미국의 이른바 ‘플랫폼’ 선도자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하나의 표준화된 칩셋에 집적해 공급하면서 발전도상국의 생산자들을 끌어모은 데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일본 경제 발전 전략은 이러한 개방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요코카와 교수가 보기에는, 현재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탈출하려면 단순한 수요진작책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적 기반 위에 자국에 부족했던 개방성을 덧붙이는 적극적인 산업혁신전략이 요청된다. 이 처방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고도성장기 한국 경제가 비교적 ‘평등주의적 성장’을 달성했다고 평가하면서 1997년 위기 이후에는 그러한 성격이 사라졌다고 진단한다. 일련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통해 일정한 성장은 계속 해나갈 수 있었지만, 이 새로운 성장모형 자체가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메커니즘을 내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과거의 평등주의적 성장을 복원하되, 그때보다 훨씬 복잡해진 환경 속에서 그것을 실현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정부의 역할, 즉 민주적 복지국가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