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이 지난해 보유한 해외 금융예금이 34조411억원으로 2010년 10조633억원에 견줘 3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현금예금은 132조9천억원에서 149조6천억원으로 조금 늘어나 국내 현금예금은 줄어든 반면, 해외 금융자금은 빠르게 늘었다.

30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기업의 해외 금융계좌 신고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통틀어 2014년 말 기준의 해외 금융계좌 신고액이 34조2470억원으로 2010년 말 기준 10조5063억원에 견줘 226%(23조7407억원)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대차대조표상 현금예금 총액은 190조원에서 224조9천억원으로 34조9천억원 증가해, 현금예금 증가액의 68%가 해외 금융자금 증가에서 비롯했다. 해외 금융계좌 신고는 직전연도 해외 금융계좌 잔액이 10억원이 넘는 개인과 법인은 그 다음연도 6월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런 해외 금융자금 증가는 대기업이 주도했다. 지난해 대기업의 해외 금융자금은 34조411억원으로 전체 99.4%에 이르렀다. 기간별로도 2010~2014년 대기업의 해외 금융예금은 238%가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은 4430억원에서 2361억원으로 53%가 줄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보유한 현금예금 가운데 해외 금융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커져 2010년 7.6%에서 2014년 22.9%로 15.3%포인트 늘었다. 아울러 기업들의 해외 소득은 2010년 12조4천억원에서 2014년에는 24조2천억원으로 11조8천억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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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원석 의원은 “대기업의 해외 금융자산이 늘어난 것은 법인세율 인하와 공제감면 확대 등의 혜택에도 해외 투자에만 몰두하고 그에 따른 해외 소득을 국내로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투자와 고용 확대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대국민 약속에 반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