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우리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줄어든 393억달러로 집계됐다. 올 들어 수출은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8월 감소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로 커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우리 내수 소비는 조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하반기 경기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달 수출액이 지난해 8월 461억달러보다 68억달러가량 줄어들었으며, 수입액도 350억달러로 18.3% 줄었다고 밝혔다. 2013년 2.1%, 2014년 2.3% 증가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던 우리 수출은 지난 1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뒤 감소폭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올해 1~8월 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1% 감소했다. 올해 들어 수출액이 두자릿수로 감소한 것은 지난 5월(-11%)에 이어 8월이 두번째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수출단가가 떨어진 것이 수출 감소폭을 키웠다. 산업부는 “8월 수출은 물량으로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8% 증가했으나, 수출 단가가 18.0%나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급락한 국제유가는 2분기에 다소 올라갔으나 8월에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주력 수출 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에서만 지난해 8월 대비 수출액이 30억달러나 줄었다. 이는 8월 중 수출감소액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다 해도 8월 수출액은 지난해에 견줘 10.2%나 줄어들었다.

우리 수출에서 4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 감소는 앞으로 수출 전망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8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 줄었다. 이는 지난 7월(-6.4%)보다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미국(-4.4%), 아세안(-6.5%) 쪽 수출의 8월 하락폭보다도 컸다.
한국무역협회가 중국 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중국의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5.5%나 급감했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가 받은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올 상반기 주요 국가들의 대중 수출 감소율을 보면 오스트레일리아가 32.6%로 가장 컸고, 독일 13.3%, 일본 10.8%, 미국 6.8%, 한국은 7.2%였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8월 수출 실적 악화는 선박 인도가 연기되는 등 특수 요인이 있었지만, 이를 고려해도 악화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강도도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세계 교역량 자체가 줄어드는 영향이 큰 까닭에, 우리가 손을 쓸 수단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업부는 “9월에는 유가 하락세에 따른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오는 4분기부터는 선박 인도 물량의 증가, 자동차 신차 출시 등의 영향으로 수출 감소세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