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소득층 가구의 빚이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고 부채상환 부담도 고소득층에 견줘 급격히 커지고 있어 저소득층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소득 상위 계층에 빚이 집중돼 있어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소득계층별 차별성을 반영한 세밀한 가계부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가계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4일 출시하는 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의 ‘안심전환대출’의 경우도 저소득층보다는 상대적으로 원금상환 여력이 있는 중상위 소득 계층이 주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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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엘지(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진단’ 보고서를 보면,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 가구의 지난해 담보대출은 2010년에 견줘 78.3% 늘어 전체 소득 계층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소득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는 같은 기간 담보대출이 1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출 총량 증가와 함께 저소득층의 부채 상환 능력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금융부채 규모가 처분가능소득에 견줘 얼마나 되는지(소득 대비 부채비율)를 보면, 소득 1분위 가구는 지난해 120.7%로 4년 전에 견줘 14.3%포인트 급증했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과 이 비율의 증가 속도 모두 1분위 가구가 전체 소득 계층 가운데 최고였다. 같은 기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늘어난 소득 계층은 1분위와 3분위 가구인데, 3분위는 증가 폭이 1.7%포인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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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DSR)도 1분위 가구가 지난해 27.2%로 가장 높았고, 4년 새 10.5%포인트 상승해 증가 속도도 가장 빨랐다. 다른 소득 계층은 이 비율의 상승 폭이 1.3~4.4%포인트에 그쳤다. 또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생활비 마련을 위한 대출의 비중이 17.8%로, 소득 5분위 가구(3.8%)에 비해 4.7배나 높았다. 이는 대출금을 주택 등 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부족한 생계비로 써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어서 향후 대출금 상환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과 정책 대응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그동안 고소득(소득 4~5분위) 가구가 전체 가계부채의 7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해 왔다. 또 지난해 2월 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핵심관리지표로 설정해 2017년 말까지 5%포인트 낮추겠다고 공언했음에도,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 가계부채 증가를 유도하는 엇박자 정책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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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무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데 가계부채가 상위층에 집중돼 있어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은 지나친 낙관론일 수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 속도 조절 대책뿐 아니라 취업 및 창업 기회 확대 등 소득 증대 방안도 함께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