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연 1%대 시대’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예금과 대출 금리 추가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 대출 증가에 따른 주택 매매 증가,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등 일반 시민들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12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 연 2.00%에서 1.75%로 인하했다. 지난해 8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린 데 이어 5개월 만에 0.25%포인트 더 내린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금통위는 최근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결과, 성장세가 당초 (한은의)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상승률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는 내수 회복이 생각보다 상당히 미약해 이 상태가 오래가면 성장 잠재력까지 저하될 수 있어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금통위에서 금융통화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기준금리 인하에 찬성했고, 2명은 동결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도 조만간 현재 15조원에서 5조원가량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경기 상황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책이라는 평가와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 인하는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가계부채는 통화당국뿐 아니라 재정·금융 당국도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서로의 역할에 대해 선을 긋는 것 없이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한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이날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재부 차관보를 반장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일단 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린 만큼,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기준금리가 한차례 더 인하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금통위가 기준금리의 한계가 2%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며 “2분기 초까지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박종연 엔에이치(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국내 경제 흐름을 다시 판단하기까지 적어도 2~3개월이 걸릴 것이고,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온다는 점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