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대기업 계열사들이 영화의 제작·배정·상영을 독점해 수직계열화한 뒤, 계열사 제작 영화에는 특혜를 주고 독립적 중소 영화업체는 차별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제재가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영화 상영업체인 ‘씨제이 씨지브이’(CJ CGV)와 롯데쇼핑(시네마)이 계열 배급사 또는 스스로가 공급하는 영화에 대해 스크린 수와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과징금 5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또 씨제이와 롯데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독립적 중소 영화배급사와 협의 없이 영화 할인권을 발행한 행위와 ‘씨제이 이앤엠’(CJ E&M)이 제작사와 투자계약를 맺으면서 금융 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거래 조건을 설정한 행위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소수 대기업 계열사들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로 인해 독립적 중소 영화업체들이 차별 대우를 받는 등의 폐해가 지적돼왔으나, 공정위의 제재를 받기는 처음이다. 조사 결과, 씨제이와 롯데는 계열사와 자사가 만든 영화 중에서 일부 대작에 대해서는 적정 기준보다 많은 수의 스크린을 편성하고, 관객 순위가 저조해도 상영기간을 연장했으며, 좌석수가 많은 큰 영화관을 배정하는 등의 특혜를 주었다. 또 씨제이 이앤엠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작사와 투자계약을 맺을 때 투자금액의 7%에 상당하는 금액을 투자보상 명목으로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 투자수익은 얻고 투자위험은 제작사에 전가하는 ‘갑의 횡포’를 저질렀다. 이번 제재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대기업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로 인한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한 개선안 마련을 공정위에 지시한 데서 비롯됐다. 국내 영화업계는 지난해 상영된 한국 영화 467편 가운데 상위 9편(비중 2%)이 전체 매출의 53.5%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이 심하다. 영화업계는 국내 영화산업이 소수 대기업 위주로 수직계열화된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보고 있다. 영화산업을 장악한 일부 대기업이 자신이 투자하고 배급하는 영화를 밀어주고, 나머지는 ‘찬밥 대우’ 한다는 것이다. 씨제이와 롯데의 영화 상영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현재 73.2%(좌석수 기준)이고, 3위 업체인 메가박스(20.2%)를 포함할 경우 3사의 시장 점유율이 93.4%에 이른다. 씨제이와 롯데는 영화 배급 시장에서도 35.8%(매출액 기준)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 제작의 경우에도 씨제이와 롯데 등 대형 배급사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씨제이와 롯데는 공정위 제재를 계기로 공정한 경쟁질서를 회복하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자체 개선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공정위에 제시한 개선 방안은 메이저 배급사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 제한, 독립·예술 영화 전용관 확대, 중소 배급사의 애로사항 개선을 위한 상설협의체 구성, 상영관별 스크린 편성 내역과 관객을 주 단위로 공개 등이다. 독립적 중소 영화업계에 속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공정위 제재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영화산업의 공정한 환경 조성을 위한 시발점일 뿐이라며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촉구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유선희 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