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도면 등 내부 정보가 ‘원전반대그룹’을 자칭하는 해커 추정 인물한테서 일주일간 네 차례나 유출되는 과정에서 한수원은 늦장 대응에 더해 사태 축소에만 급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으로 구성된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포털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론과 누리꾼 등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유포하며 원전 제어 시스템 파괴 등을 위협하는 이 인물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원전반대그룹은 21일 새벽 1시30분께 트위터를 통해 4건의 한수원 내부 문건을 추가로 공개해 지난 15일 이래 네번째 정보 유출을 감행했다. 원전반대그룹은 앞서 공개했던 문건들이 중요하지 않은 자료라는 한수원 쪽의 공식 해명을 의식한 듯 트위터에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아직 공개 안한 자료 10여만장도 전부 세상에 공개해줄게. 제대로 한번 당해봐라”고 밝혔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 파일 공유 서비스를 통해 고리 1·2호기 냉각시스템 등의 도면과 월성 1호기 밸브 도면, 원전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매뉴얼 등 한수원 내부 자료를 외부에 유출했다.
앞서 원전반대그룹은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10일, 12일 한수원 해킹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15일 저녁 8시 이후 포털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15일, 18일, 19일, 21일 순차적으로 자료를 공개했다. 지금껏 유출된 한수원 자료들은 1989~2013년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임직원 인력정보, 시스템 도면, 프로그램 매뉴얼, 기기 사진 등 20여종이다.
원전반대그룹은 단순히 내부 자료를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리 1·3호기와 월성 2호기를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가동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원전 시스템 파괴를 할 수도 있다는 위협까지 하고 있다.
한수원과 관리감독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뒤늦은 대응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은 9일 전자우편을 통한 악성코드 공격에 이어 15일 저녁부터 내부 자료가 불특정 다수에게 유출되기 시작했지만, 유출 사실은 17일 오전 보안 관련 전문 매체의 보도가 이뤄지고 나서야 파악했다. 게다가 <한겨레>가 같은 날 취재에 들어가자 “앞서 악성코드 공격과 정보 유출은 무관한 것으로 보이고, 해킹보다는 퇴직자 커뮤니티를 통한 직원정보 단순 수집 유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해명해 사건을 축소하는 데만 급급했다. 이후 파문이 커진 18일 저녁에야 블로그 폐쇄 요청을 통해 일부 유출 경로를 차단했으나, 21일 저녁까지도 일부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수원 유출 자료들은 내려받을 수 있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한편 검경 합수단은 “원전반대그룹이 국외에 거주하는 것처럼 가장했지만, 19일 오후 사건을 배당받은 뒤 해당 정보들을 블로그와 트위터 등에 올린 아이피(IP)를 추적해, 지방에서 정보들이 올려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세라 노현웅 기자 seraj@hani.co.kr
한수원 원전정보 일주일새 4차례나 유출
‘원전반대그룹’ 해커 추정 인물
도면·매뉴얼 공개에 파괴 위협
한수원, 유출SNS 폐쇄 등 늑장
‘중요문건 아냐’ 해명·축소 급급
기자정세라
- 수정 2014-12-21 20:57
- 등록 2014-12-21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