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제조업 격차, 10년새 11계단서 3계단으로
유엔 국제경쟁력지수 기준 분석
2000년 ‘12-23’위→2010년 ‘4-7’위
항공 등 13개분야 이미 한국 추월
“5년내 한국 주력산업들 위협할 듯”
산업간 융합·기업M&A 활용 등 제안
기자곽정수
- 수정 2024-07-13 16:46
- 등록 2014-10-27 20:45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2012년 기준으로 미국에 4.7년 뒤지고, 중국에는 1.9년 앞서 있을 뿐.” “한국과 중국의 유엔 국제제조업 경쟁력지수 격차가 2000년 11계단에서, 2010년 3계단으로 압축” 최근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의 고전을 계기로 중국의 추격으로 인한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추격의 핵심 요인으로 한-중 간 기술격차 축소가 꼽혔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한국경제학회, 산업연구원, 한경원이 공동으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연‘중국의 추격과 한국 제조업의 과제’ 세미나에서 “우주 발사체 및 비행체 개발 기술 등을 포함한 항공·우주, 에너지, 자원, 극한기술 분야의 13개 기술은 한국이 이미 중국에 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한-중 간 기술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윤석 카이스트 교수도 유엔 국제제조업 경쟁력지수를 인용해 “2000년에는 한국이 12위로 중국의 23위와 11계단의 차이를 보였으나, 2010년에는 4위로 중국의 7위와 3계단 차이로 좁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국이 빠른 기술경쟁력 향상을 보이고, 일본도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한국의 수출시장이 일본과 중국에 급속히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전망과 관련해 “5년 내 주력산업 대부분에서 증국이 더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할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일반기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산업에서 중국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재 철강, 섬유 및 의류 등은 이미 중국에 열세이고, 조선과 석유화학,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은 중국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일부는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전망이다. 백윤석 카이스트 교수는 중국추격을 뿌리칠 대책에 대해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강한 정보통신기술(ICT)은 기술생태계가 개방적이고, 제품주기가 짧으며, 경쟁이 치열해 기술이나 제품 경쟁력 유지가 쉽지 않다. 단순히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개별기술 개발보다는 의료 등 다양한 분야와의 기술·산업 간 융합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 교수는 중국에 편중된 경영전략에서 벗어나 향후 산업주도권 추격에서 구심점이 될 대안국가들에 대한 기술이전과 직접투자를 늘릴 것도 주문했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잠재적 위협이 될 만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기업을 일찍 인수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기업인수합병 활용을 통한 산업주도권 유지 방안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넘어선 샤오미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단순한 휴대폰 판매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응용 어플리케이션 등 부가서비스에서 매출을 올리는 (삼성전자와는) 다른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지평 엘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 핵심 부품과 소재 기술, 인력의 유출이 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아베 정부가 직접적인 산업육성책의 비중은 줄이고, 대신 환율, 세금, 규제, 노동력 등 비즈니스 환경 개선에 힘쓰고 벤처투자 촉진과 신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며, “정부정책도 과거 추격자 시대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