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의 생계형 자영업 쏠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 과잉 경쟁과 수익률 하락으로 당분간 자영업 비중 감소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3일 산업연구원이 낸 ‘자영업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2013년 자영업자는 565만명으로 전체 취업자(2507만명) 가운데 22.5%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1만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4만명이다. 연령별로는 50대가 179만명(31.1%)으로 가장 많고 40대 150만명(26.1%), 60대 이상 150만명(26.0%)이다. 자영업자 수는 통계가 집계된 1963년부터 계속 증가했으나 2002년 619만명으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이 앞으로 상당 기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주요 선진국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013년의 경우 미국 6.5%, 일본 8.8%, 독일 10.7%, 영국 14.2%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4개국 평균은 14.9%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1963년 37.2%, 1983년 33.8%였으나 2003년부터 27.3%로 하향곡선을 그리다 2013년 22.5%까지 떨어졌다.
보고서는 “자영업의 경제적 비중이 오랜 기간 하락하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들어선 선진국 경험을 비춰볼 때 우리도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정 업종으로 자영업이 집중되다보니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과잉 경쟁으로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자영업이 집중된 5대 업종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업, 개인서비스업, 제조업이다. 업종별로 주요 선진국의 인구 1000명당 사업체 수를 분석한 결과, 도소매업은 한국이 18.8개인데 비해 일본 11.0개, 미국 4.7개, 영국은 7.8개로 나타났다. 숙박음식점업은 일본 5.6개, 미국 2.1개, 영국 2.7개였으나 한국은 13.5개로 훨씬 많았다. 운수업, 개인서비스업, 제조업 역시 우리나라가 최대 7배 넘게 많았다.
최근 자영업자들의 소득수준 등 지표는 열악한 사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최근 1년 안에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 창업자금 규모는 500만원 미만이 3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업자금 조달방법은 본인 또는 가족이 마련한 돈이 66.1%,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27.0%였다.
2012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의 1인당 연 소득은 2053만원으로, 근로소득금액 1인당 평균 2986만원의 60%에 불과했다. 반면, 개인사업자 1인당 대출 규모(2013년 3월말 현재)는 1억2000만원으로, 임금근로자 1인당 가계대출 4000만원의 약 3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주현 산업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자영업 비중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낳을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금지원보다는 교육, 컨설팅, 정보제공 등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