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형 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성장기 사회적 기업가 워크숍이 4~7일 나흘간 제주의 한 북카페에서 열렸다. 이번 워크숍은 ‘다음 단계’(Next Step)를 화두로, 그간 성장기 사회적 기업가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성장기 사회적 기업가는 창업한 지 5년이 넘고 꾸준히 사회적 성과를 내고 있는 사회적 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들이다. 이 가운데 교육·여행·청소 등 업종별 대표 사회적 기업가들 10명이 참석했다. 워크숍에서 이들은 마음속 깊이 있는 힘든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꺼내놓았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있는가
예상과 달리 답변은 긍정적이었다. 참석자들은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자부했다. 흔히 사회적 기업가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벽을 느끼며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성공 경험은 이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줬다. 유다희 대표는 “이로운 미술이 만드는 이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 소박하게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문가가 모인 회사로 커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강수 대표는 “풍물의 신명을 사회에 알리고 지역에서 예술가들이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280평의 공연장을 만들었고 회원이 1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박미현 대표는 “쓰레기 문제에 다가서 업사이클링 사업을 하며 사람들이 문제를 깨닫고,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덕 대표는 “함께 일하는 경제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고, 현재 6만대의 컴퓨터를 처리하며, 믿을 수 있는 중고 컴퓨터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유호근 대표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이사 가지 않는 동네, 다 같이 잘 사는 느슨한 연대의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종 대표는 “자활사업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살길을 찾기 위해 시작해 교육부에서 깨끗한 학교 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똑같은 사업모델을 여러 지역에서 적용하는 큰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성공과 실패를 겪다
참석자들은 도약기에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거쳐 새로운 성장을 위한 변곡점에 서 있다. 이들의 경험은 성공과 실패로 평가하기보다 과정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실패의 경험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과정 자체를 책임 있게 예측하고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영능력이 중요함을 이들은 강조했다. 또한 경험을 자산화할 수 있는 일상성의 힘을 키우기 위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선 공동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변형석 대표는 상품 개발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 “2년차에 캄보디아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여행업의 본질을 확고하게 알게 됐고 사업도 안정화되었다. 하지만 3년차에 규모 있는 사업을 통해 성장하기 위해 인천에서 제주 가는 피스보트 상품을 개발했는데 적자만 보고 그만뒀다.”
이지혜 대표는 도약을 위한 이별로 성공하고, 도약 뒤의 이별로 실패를 겪었다. “공동 대표와 이견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부채 등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회계분리, 조직분화 등을 거쳐 1년 만에 분사를 했다. 분사 뒤 타깃이 명확해지면서 성장을 하게 됐다. 도약 뒤에 오랫동안 일했던 직원들이 퇴사를 했다. 그간의 성과가 직원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전달되지 않았고 직원들이 충전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인선 대표는 협력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재 관리사업 비영리조직을 내부로 끌어들여 문화예술활용연구소로 만들고, 1년 만에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 독립을 시켰다. 이 기관과 우리 미래는 사업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지역에서 콘텐츠 협력 제안이 많은데 실제 추진해 보면 거의 성사되지 않는다. 정부 정책 방향이 초기 지원에 집중되어 있어 비슷한 사업모델을 직접 운영해 예비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버린다.”
김방호 대표는 외부의 좋은 자원이 조직의 준비도에 따라 독이 되고 약이 될 수 있는 경험을 했다. “첫 사업에서 기업간 거래와 소매, 매장, 갤러리 4가지 모두 실패했다. 제일 큰 실패는 매장이었는데, 매장은 외부공간 제안이 있어서 덥석 물었다가 실패했다. 관련된 시장분석이 없었고 리스크 관리도 없었다. 오직 열정만 있었다. 지금은 다 없애고 기업간 거래에 집중해 매출이 4배 증가했다.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이 늘면서 시장환경이 좋아졌다.”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참가자들은 개별 기업이 어떤 성장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아시아로의 확장, 사회적 기업 간의 연대와 협력, 조직문화 활성화, 합병 등을 통한 규모화, 경계를 넘어선 통합적 성장 등 다양한 전략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함께 성장해 가기 위한 실천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선 내부 경영 역량을 키우기 위해 사업 기반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사업을 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인사관리, 영업, 연구개발(R&D) 등 기능적인 부분에서라도 공동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컨소시엄을 기대했다.
다음으로는 사회적 경제 주도의 문제해결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3가지 유형의 클러스터를 얘기했다. 첫째, 이슈해결형이다. 교육 문제 등 비슷한 업종 이슈에 대한 문제 해결을 뜻한다. 둘째는 지역기반형이다. 임대아파트 주민의 자살 급증 등 서울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지역의 문제를 공동으로 풀어가는 것이다. 셋째는 마중물형이다. 지역 내부 주체 역량이 약한 곳에 성장기 기업가들이 일정 기간 동안 공동으로 그곳에서 경험을 하고, 지역 자산을 남기는 것이다. 이번 워크숍에 함께한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사회적 경제 생태계는 협동화 방식 등으로 사회적 경제에 어울리는 경제적 연대를 만들어야 가능하다. 유휴 공공자산 활용, 지역자치구 클러스터 조성, 사회적 경제 특구 등이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핵심 주체의 절박함과 문제의식이 이번 워크숍에서 공유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제주/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난달 27일 문을 연 희망제작소의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는 빠르게 성장하는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획일화된 비슷한 유형의 교육이 단순 반복되고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교육은 넘쳐나는데 정작 필요한 교육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센터는 기존의 현장과 분리된 경영 이론, 전달형 집합 강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참여형·문제해결형 교육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 쪽은 “사회적기업간 협력을 통해 참여·혁신·네트워크 기반의 학습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교육 수요자들을 교육과정 개발 단계에 참여시키는 인간중심디자인(HCD) 방법론을 적용할 방침이다. 출범 첫해인 올해에는 성장기 사회적기업 대표, 성장기 사회적기업 내 총괄관리자, 스타트업 사회적기업 대표, 인큐베이터, 정책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5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글 한겨레경제연구소 조현경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