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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눈덩이’ 경상수지 흑자…내수 부진의 역습 시작되나

등록 :2014-06-01 20:19수정 :2014-06-01 22:32

4월까지 222억달러 최고치 경신
수입은 111억달러 줄어 흑자 키워
흑자가 ‘환율 하락 압력’ 부메랑
수출기업 하락분만큼 매출 감소
내수 살려 수입 확대 흑자 줄여야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222억 달러에 달한다. 사상 최고로 경상수지 흑자가 많았던 작년과 비교해도 더 많다. 작년 4월까지 흑자가 150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해 48%나 늘어난 것이다. 작년에 우리나라가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는 799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6.1%에 달하는 금액인데, 우리나라처럼 경제 규모가 세계 15위 정도 되는 나라가 이런 규모의 흑자를 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 때문에 외환위기까지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를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이면에는 내수 부진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난 요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경상수지 흑자 누적 금액은 222억 달러로 2년 전인 201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29억 달러 늘어난 것이다. 당시에는 경상수지가 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었다. 그런데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난 것을 요인별로 분해해 보면 특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수출이 158억 달러 늘어난 반면 수입은 111억 달러 감소한 것이 그것이다.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는 각각 21억 달러 및 20억 달러씩 악화됨으로써 경상수지 흑자 축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수출이 늘어나면 수입도 동반 증가하기 때문에 수입은 경상수지 흑자 감소 요인이 되어야 한다. 그와 반대로 수입이 경상수지 흑자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면 이는 내수 침체에 의한 수입 부진이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출을 장려하고 내수를 억제해온 정책 때문에 가계의 소득 기반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노동시장 유연화는 기업들에게 노동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줬지만 가계에게는 근로소득 부진을 가져왔을 것이다. 수출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환율 정책 역시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와 가계의 실질 소득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 금융위기 이전까지 수출은 순풍에 돛을 달았던 격이었다. 국내적으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수출 우선 정책이 있었고, 국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정점에 치달으면서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줬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0년대 초에 시작된 신자유주의는 국내 경제 측면에서는 힘의 우위에 선 기업들의 투자가 주도하는 성장을 가져왔고 국제 경제 측면에서는 자유무역과 자본이동 자유화 등 세계화의 물결을 가져왔었다. 우리나라는 투자 주도 성장의 흐름에서 중화학공업의 성장을 꾀할 수 있었고 또한 자유무역의 흐름에서 수출 확대를 도모할 수 있었다. 즉, 중화학공업 위주의 수출이 성공할 수 있었던 분위기에는 국제적으로는 자유무역, 각국 경제의 투자 중심 성장, 국내적으로는 수출 우선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계 부문의 소득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역시 전세계적인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투자는 활성화됐지만 소비가 서서히 위축되어 왔기 때문에 결국 세계 경제는 과잉 설비의 문제에 직면했고 이는 자유 무역과 투자 중심의 성장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변화의 바람을 겪고 있다. 정부는 작년부터 경제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내수에 더 큰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아직 내수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살아나지 않는 내수가 수입 부진을 통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가져오고 있고 이것이 환율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 현재와 같이 ‘너무 많은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멈추지 않는 한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떠받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04년에도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환율 하락 압력을 견디지 못해, 정부의 방어선이었던 1150원이 뚫리면서 한 달 만에 환율이 100원 이상 떨어진 경험이 있다. 이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된다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뒤늦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현재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의 3.9%였던 2004년과 비교해 훨씬 더 많다.

현재의 환율 하락은 수출 기업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고 있음은 물론이다. 수출에서 오는 매출이 환율 하락 분만큼 고스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수출이 별로 늘지도 않는 상황에서 환율이 떨어진다면 수출 기업들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내수를 살리고 이것이 다시 수입 확대를 가져와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이제는 내수 부진이 수출 경쟁력을 위협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마치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어 온 수출 확대 정책에서 피해를 본 내수가 보란 듯이 복수에 나선 느낌 마저 든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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