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명지대 교수(경영정보학)가 펴낸 <한국 신자유주의의 꼼수 경제학 비판>은 ‘한국형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정면 비판한다. 이 경제학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비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경제학이 ‘한국형’인 이유는 그 논객들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빌려와 한국 재벌을 옹호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비판 대상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매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012년 전후로 잇따라 발표한 글이다. 그 대부분은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론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한경연은 재벌 그룹들의 이해관계 안에 있는 단체로 평가되며, 이데올로기적 바탕은 신자유주의다. 책은 한경연 논객들의 경제학을 ‘꼼수 경제학’이라고 규정한다. 그들의 글이 그릇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탓에 학문적 엄밀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은이의 인식이 이 표현에 투영돼 있다. 책은 한경연의 경제민주화론·복지국가론 비판글 40여편에 담긴 주장을 45개로 구분해 하나하나 논파하는 형태로 돼 있다.
도입부는 주로 경제민주화론 비판을 반박한다. 가령 이들이 “경제민주화는 위헌”이라 주장하는 데 대해 “한경연이 위헌 단체가 아니냐”고 쏘아붙인다. 한경연이 헌법이 정한 우리나라 경제질서는 자유시장경제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지은이는 “헌법은 우리나라 경제질서를 시장경제 중 사회시장경제로 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에 모든 걸 맡겨두는 자유시장경제는 시장경제의 한 분파일 뿐이고 헌법은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한경연 논객들은 무상교육·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은 증세→투자위축·기업 해외 이전→화폐(국채) 발행→재정·금융위기→한국경제 침몰의 연쇄고리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복지 확대가 곧 증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복지를 위해 화폐를 발행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없으며, 세금이 무서워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고 반박한다. 세금에 대한 국민의 두려움을 자극해 복지국가를 저지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은 재벌 옹호론 비판이다. 경제민주화론과 복지국가론에 대한 한경연의 비판의 종착지가 재벌 이익 옹호라는 사실을 꼬집는 책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한경연 논객들이 재벌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총수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이런 행위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하는 이유를 이렇게 본다. “(그들은) 재벌이 국민경제라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거나 정치는 경제(재벌)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안하무인적 인식을 갖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