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케이블 교체로 차질을 빚게 된 신고리 3·4호기의 준공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상당기간 뒤로 준공 시점이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쏟아진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쪽은 1년 안에 교체 공사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한수원 국정감사에서 조석 한수원 사장은 “신고리 3·4호기의 케이블 교체를 1년 내에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만 해도 한수원 쪽은 애초 준공 목표인 내년 8~9월에서 얼마나 지연될지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조 사장은 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국내 원전 케이블 공급 업체는 담합 사실이 드러난 만큼 국외 업체로부터 입찰을 받아야 한다. 현재 국외 업체 한 곳이 (성능과 안전성을 시험하는) 기기검증(EQ) 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선 불량 케이블을 새로 교체하는 데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교체 공사를 위한 일정을 아무리 단축시키더라도 16개월 이상(민주당 조경태 의원 분석)이 소요될 것이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훨씬 더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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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쪽은 테스트를 받고 있는 국외 업체의 기기검증 결과가 이르면 다음달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새한티이피의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 드러난 이후, 검증 절차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고리 3·4호기의 준공 시점은 테스트 결과에 따라 윤곽이 좀더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기기검증을 받고 있는 업체는 한수원에 원전 케이블 납품 자격을 갖춘 곳으로 등록된 국외 업체 두 곳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수원은 부품 국산화를 추진해 왔지만 사실상 국내 업체 가운데서 구매처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한수원에 등록된 국내 업체는 엘에스(LS)전선, 제이에스전선, 대한전선, 경안전선, 서울전선, 극동전선 등 6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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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불량 부품을 납품한 제이에스전선은 당연히 후보에서 제외된다. 제이에스전선의 모회사인 엘에스전선과 나머지 회사들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공정위가 지난 10일 엘에스전선 등 케이블 업체들에 대한 ‘짬짜미’(담합) 비리 실태를 공개한 바 있는데다 더 이상 원전용 케이블을 생산하지 않는 업체가 대부분인 탓이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는 “국외 업체들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안전 규제 기준 및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준공 시점이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측의 배경에는 신고리 3·4호기가 가동중인 원전이 없는 ‘최초 모델’이라는 점도 거론된다. 케이블의 기기검증을 통과한 업체는 아직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신고리 3·4호기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참조 발전소로 2015년 9월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패널티(벌금)를 물어야 한다. 이때까지 준공되지 않으면 수출 실적까지 올리면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던 ‘한국형 원전’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도 급격히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균렬 교수는 “그동안은 서류(시험성적서)만 위조된 것이지 물건(케이블)은 괜찮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지금은 둘 다 문제라는 게 드러난 만큼 이미 ‘한국형 원전’은 신뢰도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