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6개월 동안 경기 부양과 산업구조 개편을 위한 많은 경제정책을 쏟아냈지만 뚜렷한 성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현오석 경제팀’에 대해 “답답하다”며 박한 촌평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취임사에서 “경제부흥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며 “창조경제를 통해 고용률 70%와 중산층 70%를 만들어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부처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 거의 매주 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내왔다.
경제팀은 3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고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다. 4월에는 금융·세제·공급 등 모든 분야 정책을 아우른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이후 투자 활성화 대책, 고용률 70% 로드맵, 농수산물 유통개선 대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제 대책을 발표했다. 6월 말까지 2013년 경제정책 방향의 72개 정책과제 가운데 90%인 65개를 발표했을 정도다. 투자 활성화의 경우에는 벌써 2차 대책까지 나왔고 관계 부처가 전국을 돌며 현장에서 기업인을 만나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기까지 했다.
이런 노력으로 올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2분기 1.1%대로 회복했고 민간소비나 취업자가 늘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월 0.1%, 5월 0.3%, 6월 0.5% 3개월 연속 상승세였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5~6개월 연속으로 플러스를 보이면 경기가 개선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체감경기 회복은 ‘아직’이라는 판단이 많다. 오히려 전세대란, 청년·여성 취업난, 기업투자 감소 등 내수 여건은 더 악화됐고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아시아 신흥국 외환위기 등 외부 불안 요인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이 취임 당일 2009.52이던 코스피지수는 22일 현재 1849.12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쏟아낸 경제대책의 성과가 떨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를 경제팀의 조급증으로 분석한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를 무조건 따르다 보니 방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지금 문제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소득이 떨어지는 것으로 일자리 창출이 해결책이다. 과거처럼 대기업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하자고 공약했던 것인데, 6월부터 단기 성과에 집착해 경제민주화는 뒤로 미루고 다시 수출 대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급함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나타났다. 현 부총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4월 초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압박했으나 금리는 결국 동결됐다. 독립기관인 한은을 자극해 정책 혼선만 부각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경제팀의 조급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조 수석은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인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거위로부터 고통 없이 깃털을 뽑는 방식”이라고 말했으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나흘 만에 세법개정안을 수정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세 없는 복지’처럼 실현이 어려운 목표를 던져놓고 무조건 해내라고 하면 국민정서를 읽지 못하는 결과를 내놓고 결국 리더십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무리한 목표를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정책에 대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