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개선 기미를 보이던 가계빚 문제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 4월 이후 금융권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경기부양과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빚 권하는 정책’을 편 탓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가계신용(잠정)’ 자료를 보면, 가계신용은 2분기(4~6월) 중 16조9000억원이 증가해 6월 말 현재 잔액은 980조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1분기(1~3월)에 7000억원가량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년 같은 시기에 비교한 증가율도 1분기 5.1%에서 2분기 5.5%로 높아졌다. 분기별 가계신용 증가율은 2011년 2분기 9.6%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지다가 8분기 만에 반등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과 카드·할부회사가 제공하는 외상구매 금융인 ‘판매신용’을 합친 것이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926조7000억원으로 2분기 중 17조5000억원이 늘었다. 1분기 증가액 3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5배 이상 커진 셈이다. 이재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통상 2분기는 이사철로 대출이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이 있는데다 6월 말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를 앞두고 주택거래가 집중되면서 주택관련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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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신용은 2분기 6000억원 줄어든 5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판매신용은 1분기 4조원 감소에다 2분기에도 감소세가 이어져 소비부진을 반영했다. 전반적으로 가계의 소득 정체로 소비여력은 약화되는데 치솟는 전세금을 메우기 위한 전세대출과 생활자금 마련 수요가 가계빚 증가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부채의 절대 규모 증가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계의 빚 감당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가계의 부채 ‘압박 부담’과 소득 및 자산 수준으로 ‘상환 능력’까지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가계부채 추이와 질적 구조를 살펴보면, 올해는 가계부채를 둘러싼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면서 위험지수가 2008년 세계금융 위기 때의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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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근거로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지속적인 상승, 원금상환이 미뤄진 가운데 대출이자 연체율의 점진적 상승, 경기침체 장기화 및 부동산시장 침체 지속,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비중 증가 등을 꼽았다.

박 연구위원은 “하반기 이사철 전세대출과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등이 늘어나면 가계신용이 1000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계의 소득과 자산 수준 등에 비춰 가계부채 규모가 주요 선진국보다 많은 수준이며 대외여건이 악화할 경우 국가경제에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세가격 상승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서민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당장에는 주택정책을 ‘거래 없는 가격안정’보다 ‘전세가격 안정’에 역점을 둬 추가적인 전세자금 대출 수요를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아파트 전셋값 52주째↑…매맷값 7주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물건 부족 현상이 확산되면서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이 52주째 올랐다. 한국감정원은 이번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0.19% 올라 5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22일 밝혔다. 반면 매매가는 0.02% 하락해 7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최근 전세난이 심각한 수도권은 이번주 아파트 전셋값이 0.28% 올라 52주 연속 상승했으나 오름폭은 지난주(0.36%)에 견줘 다소 둔화했다. 지방(0.09%)은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다소 커진 모습을 보이며 53주째 올랐다. 시도별로는 서울(0.33%), 세종(0.33%), 경기(0.27%), 경북(0.23%), 대전(0.21%), 인천(0.21%), 대구(0.20%), 강원(0.10%) 차례로 오름폭이 컸다. 서울 아파트 전세는 강북(0.28%), 강남(0.37%) 모두 올랐다.

아파트 매맷값은 가을 이사철 수요가 곳곳에서 늘어나면서 하락폭(-0.02%)이 전주(-0.05%)보다 줄었다. 수도권(-0.05%)은 12주 연속 하락한 반면 지방(0.01%)은 5주 만에 소폭 반등했다. 서울은 강북(-0.08%)의 내림폭이 둔화한 반면 강남(-0.12%)은 내림폭이 다소 커졌다. 구별로는 서초구(-0.33%), 강서구(-0.15%), 영등포구(-0.15%), 노원구(-0.15%), 동대문구(-0.14%), 강동구(-0.13%) 차례로 낙폭이 컸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