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목표가 경제민주화에서 경기활성화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세제 측면에서도 정부의 ‘대기업 눈치보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줄어들고 법인세 감면액은 늘어가는 데 반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자영업자와 직장인에게만 손을 벌리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8월8일 발표 예정인 ‘201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고용투자세액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1명 늘릴 때 세액공제 혜택을 600만원에서 최대 750만원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고용투자세액공제 대상을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11년 기준 2조6690억원에 달했던 고용투자세액공제 감면액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모자라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3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장기적으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늘리고 법인세 부담은 완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말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 강연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수년간 지속된 기업 부담 덜어주기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여년간 각종 법인세 감면 혜택이 늘어 2006년 19.94%에 달했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1년 기준 16.65%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위 10% 영세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90% 기업의 실효세율은 2011년 9.90%까지 떨어졌다. 또 2011년 기준 전체 법인세 감면액 9조3315억원 가운데 7조3440억원이 매출액 상위 1% 기업(4606곳)에 집중돼, 비과세감면 혜택의 양극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아주대 최희갑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스스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업들에 당근만 내밀고 있다. 고용률 70%와 경기활성화를 위해 기업에 매달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문제는 세수 확보를 위해 직장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먼저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현행 15%에서 10%로 낮춰질 예정이다. 영세 음식점에 대해 부가세를 감면해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도 조정될 방침이다. 정부는 또 농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이 낮은 수준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장 기여금은 유럽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비과세감면 제도는 계층 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박근혜 정부, 직장인·자영업자만 쥐어짜나
세수 확대 위해 신용카드소득공제 축소 등 비과세 줄여
대기업은 세액공제 신설·법인세 인하 등 감세 확대 추진
기자노현웅
- 수정 2013-07-29 19:53
- 등록 2013-07-29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