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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문턱에 걸린 국민행복기금

등록 :2013-06-27 20:26수정 :2013-06-28 09:38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일평균 신청자 1만49명→254명 ‘뚝’
이 추세론 정부 예상치 한참 밑돌아
자격 까다로워 승인율도 50% 턱걸이

신청자 연평균 678만원 저소득층
“도덕적해이 없어 조건 완화해야”
조아무개(40)씨는 대부업체에서 빌린 960만원을 2년째 연체하고 있다. 최근 조씨는 빚 일부를 탕감받기 위해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신청 사실을 알아챈 대부업체가 조씨의 동산에 압류를 걸었기 때문이다. 압류된 채무는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에서 1000만원가량의 빚을 진 임아무개(60)씨는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빚 연체일이 다섯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씨는 국민행복기금이 아닌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개인회생을 알아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서민금융 정책인 국민행복기금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제도 시행 두 달 만에 신청자가 하루평균 250여명대로 급감했다. 신청자 가운데 실제 승인되는 비율이 5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 정부가 국민행복기금 예상치로 잡은 32만명에 턱없이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지나치게 높였던 자격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위원회와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 신청자는 6월 들어 하루 평균 254명(영업일 기준 382명)으로 줄었다. 4월 하루 평균 1만49명(영업일 기준 1만2921명), 5월 788명(영업일 기준 1111명)을 기록한 것에 견주면 매우 급격한 감소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민행복기금의 신청 기한인 10월 말까지 전체 신청자 수는 14만~16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캠코가 이학영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민행복기금 신청자 가운데 실제 대상자로 선정되는 비율은 54.1%에 불과하다. 자격이 안 돼 탈락하는 비율이 27.9%였고, 한마음·희망모아 등 다른 공적자산관리회사에 이미 채무가 포함된 사람이 18%였다.

예상 신청자 수에 승인율을 대입하면 실제 제도의 혜택을 보는 사람은 7만~8만명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 3월 내놓은 국민행복기금 수혜 예상자 32만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7월부터 국민행복기금이 일괄 매입한 채무를 직접 채무자에게 연락해 신청을 유도하는 과정 등이 남아 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청자 수 급감은 애초부터 예견됐다. 국민행복기금은 신청과 동시에 채권 추심이 중단되는 특성을 띠어, 채무자들은 제도 시행 초기에 서둘러 신청에 나섰다. 실제 가접수 기간이었던 4월 말에는 하루 평균 신청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현재 1억원 이하, 6개월 이상 연체 등의 국민행복기금 신청 조건을 만족하는 채무자 중 상환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거의 신청한 것으로 봐야 한다. 나머지는 상환 의지가 없거나 연락 두절인 사람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신청자 수 감소 추세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과거 채무조정 사례에 비춰볼 때 일괄 매입한 채무에서 조정 비율이 높다.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 신청자의 ‘도덕적 해이’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제도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캠코 조사 결과, 국민행복기금 신청자의 연평균 소득은 678만원이고, 이들은 평균 1369만원의 빚을 68개월간 연체하고 있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소득에, 소득의 두 배에 이르는 빚을 떠안고 장기간 상환 압박에 시달려온 셈이다.

금융정의연대는 “신청 자격을 기존 6개월 이상 연체자에서 3개월 이상 연체자로 대폭 확대하고, 압류 절차가 진행중인 것도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를 국민행복기금에 전달했다. 캠코의 국민행복기금 탈락자 현황을 보면, 협약 미가입기관 채무가 2361명, 연체 6개월 미만이 2266명, 개인회생·파산이 1664명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행복기금과 채무 협약을 맺은 기관도 늘려야 한다. 대다수의 채무자가 대부업 채무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국민행복기금과 협약을 맺은 대부업체는 전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247곳에 불과하다.

이학영 의원은 “국민행복기금은 도덕적 해이 우려 탓에 문턱을 매우 높였다. 그렇지 않다는 점이 여러차례 확인된 이상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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