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 연 6.7% 금리로 5000만원까지 드립니다.’최근 ㅇ캐피탈사가 선전하는 가계 신용대출 광고 내용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지하철 안 영상 광고와 인쇄물로도 뿌려진다.
실제 이런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ㅇ캐피탈사에 물어봤다. “실제로 6.7%로 대출 받는 경우는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합니다.” ㅇ사 직원은 “신용 1등급에 연체기록이 없고, 저희 회사 자체 등급 기준으로 최상위일 경우 가능한 대출 조건”이라며 “우량 고객 가운데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타깃으로 한 것인데, 실제로 이렇게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누리집에 표시된 이 회사의 직장인 우량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24.0%였다. 존재하지도 않는 최저 금리를 내세운 대출 광고 탓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 이론상의 최저 금리에 현혹됐다가, 이보다 훨씬 높은 고금리로 대출을 받게 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설립된 이 회사는 ㅇ그룹이 전체 지분의 74%를 갖고 있고 신한은행도 12.9%를 투자하고 있다.
캐피탈사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도 비슷한 영업 형태를 보인다. ㅎ저축은행은 최저 8.5%로 직장인 신용대출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중앙회 자료를 보면, ㅎ저축은행에서 이뤄진 신용대출의 99.1%는 금리 25% 이상에서 이뤄졌고, 금리 15% 아래로 대출이 이뤄진 경우는 전혀 없다. ㄱ·ㅅ카드사 등도 전체 대출에서 금리 10% 미만으로 이뤄진 경우가 4~6%에 불과하지만 대출 상품의 광고는 10% 이하의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제2 금융권의 광고 금리와 실제 평균 금리의 차이는 3~4배에 이른다. 한국은행 신용대출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카드사는 대출금리 20~30%에서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52.1%)이 이뤄졌다. 캐피탈사의 경우 같은 금리대에 80.5%의 대출이 몰려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의 대출은 이보다 높은 금리대에 집중돼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금리 30~39% 사이에 전체 대출액의 55.3%가 몰려 있고, 대부업은 전체 대출이 금리 30% 이상에서 이뤄졌다.
이렇게 광고 금리와 실제 금리 차이가 크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률에 광고 관련 내용이 모호하게 들어 있고,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의 의지도 크지 않은 탓이다.
여신금융업법 제50조9항을 보면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방법으로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저’라는 문구를 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평균 금리보다 3~4배 낮게, 실제 적용받는 사람도 없는 금리를 광고하는 것은 법안이 금지한 ‘지나치게 부풀리는 광고’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이뤄지지 않는 금리를 광고에 쓰는 것은 ‘미끼’를 넘어 ‘사기’ 광고에 해당한다. 금감원 등이 의지를 갖고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 심의 등을 여신금융협회 등 해당 협회에 맡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광고 심의 기준을 설정하고 실제 심의를 하는 것 등이 모두 각 협회에서 이뤄진다. 우리는 민원이 있거나 사후적으로 검사를 나갈 때 살펴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