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대형마트 등의 과도한 판매수수료와 판매장려금 부과, 반강제적인 추가비용 전가, 판촉사원 파견 강제 등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강력 규제하는 종합대책을 추진한다. 또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법적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100%)을 가급적 무겁게 부과하고, 법 위반이 반복적이거나 악의적인 경우 법인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 등 책임자도 함께 고발하기로 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인수위 경제분과 토론회에서 백화점의 과다한 판매수수료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지시한 직후 나온 것으로, 차기 정부의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정책방향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공정위는 2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분야 거래 공정화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가 그동안 대규모 유통업법 제정, 판매수수료 자율인하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아직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처는 동반성장을 위한 정부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우선 대형마트가 납품업체에 받는 판매장려금 관련 심사지침을 제정해, ‘판매촉진 목적으로 합리적인 범위 안’으로 규정된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은 규제하기로 했다. 판매장려금은 납품업체가 좋은 진열장소 제공 등 유통업체의 판매노력에 대해 보상하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현실에서는 유통업체들을 위한 반강제적 리베이트로 변질됐다. 한 사례로 납품업체가 80만원어치를 납품하면, 유통업체는 20만원의 마진을 붙여 판매한 뒤 별도로 80만원 중 10%를 판매장려금으로 받고 있다. 공정위의 송정원 유통거래과장은 “납품업체들의 판매량에 따라 일정비율로 받는 기본장려금과 폐점장려금 등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본장려금은 대형마트의 판매장려금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또 백화점 등의 특약매입거래 방식에 역기능이 많다고 보고, 점진적으로 특약매입거래 비중 축소를 유도하기 위해 공정거래협약의 이행 평가지표에 직매입 비중에 대한 배점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납품업체들이 부담하는 반품·상품판매 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특약매입거래는 대형 유통업자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해서 판매한 뒤, 일정 비율의 판매 수익을 공제하고 나머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납품업체에 재고 부담을 전가하고, 판매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백화점의 평균 판매수수료는 29.2%에 달한다. 공정위는 그동안 납품업체가 사실상 부담해온 인테리어비와, 대형 유통업체와의 비용분담 기준이 불명확한 광고비, 판촉사원 파견비, 물류비 등 각종 추가 부담에 관한 분담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납품업체 판촉사원 관련 법 규정도 전면 재검토해 불법파견을 막기로 했다. 현행법은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판촉사원을 파견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납품업자의 자발적 요청과 상품판매에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경우 등에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3대 백화점과 3대 대형마트에 파견된 납품업체 쪽 판촉사원만도 15만명에 달한다. 공정위는 또 대형 유통업체들이 법을 위반해 일시적인 이익을 얻어도 한번 적발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들도록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 부과액을 무겁게 하고, 법인 외에 행위책임자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백화점 업계는 “당선인도 대형 유통업체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니 부족한 것이 없는지 협력업체들을 좀 더 보듬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그동안 유통업체들이 노력해서 개선한 부분도 많은데 제대로 인정이 안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판매장려금의 경우, 그동안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서 오해를 한 내용이 많은데 허용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정리되면 업계에서 맞출 것이다. 판촉사원은 납품업체들의 자발적 필요성에 의한 것이지 강제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김수헌 기자 jskwak@hani.co.kr